거센 반대 여론에도 불구, 이라크 바그다드의 치안확보를 목적으로 미군 증파를 강행한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바그다드 안정화 작전이 실패한 것 같은 징후를 보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미국의 공격으로 몰락한지 4주년이 되는 9일 이라크 남부의 시아파 성지 나자프 등에서는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대규모 반미 시위가 열려 미군을 더욱 압박했다.
나자프의 시아파 종교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를 지지하는 수천명의 이라크인들은 이날 “미국의 점령을 끝장내자”며 시위에 가담했다.
바그다드에서 미군이 처한 열악한 상황은 안정화 작전이 시작된 2월14일 이후 지난 2일까지 7주간의 미군 사망자 수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이 기간 동안 이라크 전 지역에서의 미군 사망자 수는 116명으로 작전 개시 전 7주간의 사망자 113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바드다드에서의 미군 사망자 수는 53명으로 이전 7주간의 29명에 비해 거의 두 배로 늘었다. 때문에 바그다드에 미군을 집중 투입하는 것은 바그다드를 손바닥처럼 꿰뚫고 있는 시아, 수니파 저항세력들이 파놓은 함정 속으로 미군들을 내모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바그다드에서 발생한 미군 사망자의 83%는 도로매설 폭탄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파악된다. 사정이 이런 만큼 바그다드를 ‘안정화된 섬’으로 만들어 서로 반목하는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이 지역 자치나 권력 분점 같은 국가적 과제에 타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정치적 목표 달성도 요원해졌다.
부시 행정부 관리나 미군 지휘부는 작전이 효과를 내려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예정된 증파 병력 3만여명 중 아직 절반밖에 투입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바그다드 안정화 작전의 실패 운운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바그다드 등 이라크 주요지역의 상황은 미군 지휘부가 미처 대응할 방법을 찾기에 역부족일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한 예로 미군은 소수인 수니파 저항세력과 모종의 거래를 시도해 보았으나 수니파도 12개가 넘는 분파로 나뉘어 서로 싸우는 바람에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할지도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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