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지점 3개에 자본금 250억원으로 출발한 신한은행이 총자산 228조원, 직원수 2만2,000여명의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까지 중요 고비마다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이가 이인호(사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다.
이 사장은 전형적인 뱅커다.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때 차장으로 참여해 영업부장, 융자부장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친 후, 상무ㆍ전무ㆍ은행장에 이어 그룹 지주회사 사장을 맡은 정통 금융인이다.
이 사장은 정통 금융인 답게 원칙에 철두철미하고 화려함보다는 내실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화려한 언변 등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보다는 묵묵한 관리자로서 은행의 내실을 다지는데 전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결정적 순간에는 누구보다 과감한 결단력으로 변화를 선도했다. 평상시에는 조용한 관리자지만 중요한 시점에선 결단력있는 전략가이자 혁신가였다.
외환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1999년 신한은행장에 취임한 이 사장은 당시 해외투자자들이 한국 금융기관을 거들떠 보지 않던 상황에서 4억 달러의 외자 조달에 성공하는 등 신속하게 부실을 털어내는데 성공했다. 당시 공적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력으로 부실을 정리한 것이 현 신한의 성공에 가장 큰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2000년대 초반 이 사장의 위력은 또 한번 발휘됐다. 세계적인 대형 은행들에 맞서기 위해 대형화가 대세였던 시절, 신한은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대형화 전략을 추진했다. 외국인 주주들이 지주체제보다는 대형화를 선호했으나 이 사장은 외국인 주주를 직접 찾아가 설득, 신한지주를 출범시킴으로써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2005년 신한지주 사장으로 취임한 후에도 그의 진가는 계속됐다. 합병을 앞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상이한 조직문화, 주도권 다툼 등으로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던 때였다. 자칫하면 합병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사장은 마음을 열고 직접 직원들과의 대화에 나섰다. 2006년 4월 큰 잡음없이 통합 신한은행이 성공적으로 출범하게 된 것은 이 같은 이 사장의 리더십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겐 또 한번의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LG카드와의 통합 과정이다. 통합 신한은행의 성공적 출범 후 이 사장은 신한이 세계 수준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균형이 절실하다고 판단, LG카드 인수에 뛰어들었다. 이 역시 성공이었다. 이제 그 성공의 결실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이 사장은 “LG카드 인수로 비은행부문의 순이익 기여도가 40%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LG카드 인수는 그룹의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종합 금융그룹으로서 한층 균형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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