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ㆍ중ㆍ고교 교장자리를 개방하는 교장공모제가 진통 끝에 시범 실시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교장공모제 도입을 담은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데 이어 교육인적자원부가 9월부터 시범 운영하는 내용의 후속 대책을 10일 내놓았다.
이로써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가 지난해 8월 마련해 교장공모제 도입의 토대가 됐던 ‘교원 양성 및 연수ㆍ승진ㆍ임용제도 개선안’은 9개월여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학교장의 전문성이 붕괴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고, 교장 승진을 앞둔 교사들도 “학교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라며 저항이 만만치 않다.
의미와 주요 내용
교육부가 교장공모제를 강행키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연공서열 파괴’다. 지금처럼 교직경력이 28년은 돼야 교장을 할 수 있는 구조로는 학교 혁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능력과 무관하게 근무평정 점수로 교장이 되는 체제는 사실상 끝났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는 동시에 대대적인 ‘교장 물갈이’를 의미한다.
교직경력은 짧더라도 능력이 있고 탄탄한 교육철학을 가진 교원 및 외부인사에게 학교장을 맡길 때가 됐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급변하고 있는 학교 현장을 제대로 이끌기 위해서는 교장도 이에 적합한 인물이 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른바 ‘40대 교장’도 능력만 되면 중용하겠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관심사는 교장공모제 운영 형태다. 교육부는 일단 내부형, 개방형, 초빙공모형 등 3가지 방안을 함께 가동할 계획이다. 무게 중심은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교직경력 15년 이상의 교육공무원과 사립교원이 응모할 수 있는 내부형에 쏠리고 있다.
올해 전체 시범운영 학교 64곳 중 41곳을 내부형 공모를 통해 교장을 뽑기로 했기 때문이다. 비율로 따지면 65%나 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2009년부터 교장공모제가 전면 실시될 경우 내부형 공모 형태로 운영되는 학교가 상당수에 달할 전망이다.
김광호 교육부 교원정책혁신추진팀장은 “교장공모제의 핵심은 내부형 공모”라며 “공모제가 도입되면 지나치게 긴 경력평정 기간에 따른 교장 고령화, 교직사회 침체, 학교활력 저하 등의 문제점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논란 가열
교육부가 교장공모제 청사진을 내놓자마자 교총은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다. 자격증도 없는 교장이 남발돼 학교가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교장자격증=학교경영 전문성’을 뜻하는데도, 교육부가 이를 무시하는 것은 무자격 교사에게 학교를 맡기겠다는 것과 같다는 게 교총 논리다.
교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교장공모제는 자격증을 강화하고 있는 외국의 교육개혁 추세에도 역행한다”며 “특히 공모교장이 30% 이내의 교원을 초빙할 경우 초빙교원과 일반교원 간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교장공모제 시범학교 신청 거부운동과 함께 금명간 이사회를 열어 교장 및 교감자격증 집단 반납 등 실력행사도 불사키로 해 교육부와의 충돌이 우려된다.
교총과 달리 전국교직원노조는 교장공모제에 찬성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장공모제가 ‘점수제 교장제’의 폐해를 시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현행 승진제도 폐해를 줄이려면 공모제 대상을 전체 학교로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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