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하고도 중차대한 시기에 한국 미국 중국 3국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10일 서울에 모였다. 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송금지연문제 해결을 위한 최후 해법을 미국이 이날 제시함에 따라 3국 수석 대표들의 서울 행보는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6자회담 의장을 맡고 있는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수행해 방한했다. 초기조치 이행 시한에 맞춰 동북아 순방에 나선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도 이날 오후 일본을 거쳐 2박3일 일정으로 서울에 왔다.
남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먼저 힐 차관보를 만났고 이어 3국 수석대표 회동이 이뤄졌다. 3국 수석대표 회동은 중국측의 일정 때문에 우려곡절을 겪다 이날 밤 이뤄졌다. 그만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간다는 얘기다.
신라호텔에서 이뤄진 3국 수석대표 회동에서는 2ㆍ13합의 초기조치 이행과 6자회담 재개일정 등을 위한 3국 간 조율이 이뤄졌다.
힐 차관보는 BDA 북한자금 2,500만달러 동결해제로 정상거래가 가능하도록 조치하는 미측의 최종 방안을 설명했다. 사실 미측의 이 같은 조치는 북측의 비협조에 따라 취해진 궁여지책이다. 북한이 52개계좌 소유주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계좌이체 신청서조차 작성하지 않아 제3국 은행 이체가 불가능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아예 BDA 북한계좌를 합법화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북한에 완전히 공을 떠넘긴 셈이다.
이날 한미 수석대표 회동에 참석한 당국자들이 모두 “북측의 자세는 두고 봐야 한다”고 유보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볼 때 북측이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도 열심히 계산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단 돈뿐만 아니라 자존심을 회복하게 되는 등 북한이 원하는 상황이 조성된 만큼 북측이 이를 수용하고 핵 시설 폐쇄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조치에 대해 토를 달고 거부할 수도 있다. BDA 계좌에서 바로 인출이 가능한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북한으로 가져갈 수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미국 외 타국의 은행이 돈을 받아주지 않아 3국을 통한 송금이 불가능했는데, 이번 조치로도 이 같은 상황이 계속 지속될 지에 대한 우려를 할 수 있다. 이전에도 BDA와의 거래금지는 미국 은행에만 해당됐지만 다른 나라 은행까지 북한 계좌를 이체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나고 판문점을 통해 11일 오전 서울로 오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와 빅터 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에 시선이 쏠린다. BDA 최후해법에 대한 북측의 반응과 초기조치 이행 여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문제 진전을 위한 한중간 협의는 윗선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 사이에서도 이루어졌다. 두 장관은 이날 밤 청와대에서 열린 만찬에서 옆 자리에 앉아 초기조치 이행에 대한 북측 동향, 향후 비핵화 추진 일정, 6자 회담 재개방안 등에 대해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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