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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드라마, 한국을 모르거나 왜곡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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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드라마, 한국을 모르거나 왜곡하거나

입력
2007.04.10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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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혼례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이상하다. 신랑과 신부가 맞절 대신 고개만 까딱거린다. 하이라이트인 ‘닭 날리기’ 에서는 요리된 거위가 나온다. 요리한 남자를 질책하는 사람들조차 정확하게 뭐가 잘못됐는지 말하지 못한다.

물론 한국 드라마는 아니다. 아직 한국에 방영되지 않은 미국 드라마(미드) <긴급시에는> (In case of emergency)의 한 장면이다(미국 ABC, 3월 21일 방영분). 이 뿐이 아니다.

미국 FOX에서 방영중인 <24>의 ‘시즌 2’에서는 일본식민지시대 마루타를 연상시킬 정도로 잔인한 고문이 서울에서 행해진다. 미드에서는 아직도 한국은 고문이 횡행하는 독재 국가이다. 워너브라더스에서 ‘시즌 7’이 방영중인 <길모어 걸스> 에서는 한국 신부는 결혼 전날까지도 신랑 얼굴을 보지 못하는 조선시대 여성으로 그려진다. 극성스러운 어머니는 딸에게 TV도 보지 못하게 한다.

ABC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로스트> 의 ‘시즌3’. 배우 김윤진이 연기하는 썬의 한국 남편인 진(다니엘 데이 킴)은 지나치게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다. 그는 아내의 치마길이를 문제 삼고, 다른 남자와 이야기한다는 이유로 썬을 윽박지른다.

한국은 아시아 최대 미드 소비시장. 한미FTA 타결로 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인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캐치온은 <히어로즈> 의 ‘1 시즌’을 미국 방영이 끝나기도 전에 수입해 틀고 있다.

미드 역시 한국이 그만큼 중요한 시장이란 것을 알고 있기에 한국(계) 배우를 캐스팅하는 전략까지 쓰고 있다. 그러나 미드 속의 한국은 여전히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한국민을 ‘융통성 없고 유교사상에 얽매인 답답한 민족’으로 그린다.

무지에 따른 실수라고 웃어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미드의 세계적인 인기와 영향력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다. 다른 나라 시청자들에게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방송영상학과 주철환 교수는 “미국 드라마 제작진에게 시정을 요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때문에 잘 만들어진 한국드라마를 세계로 진출시켜 시청자들이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김혜전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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