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흑백 TV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다면 프로레슬링을 잊을 수 없다. 마땅한 프로 스포츠가 없던 시절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준 프로레슬링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고인이 된 ‘박치기왕’ 김일과 ‘날쌘돌이’ 여건부 등은 요즘 한류스타 못지않은 당대 최고의 스타였다.
자레드 헤스 감독이 만든 코미디 ‘나쵸 리브레’는 과거 프로레슬링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다. 수도원에서 고아들을 돌보기 위해 밤이면 프로레슬링으로 변신하는 신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실제 멕시코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미국 유명 희극배우인 잭 블랙이 주인공 나쵸 수도사 역할을 맡아 특유의 익살로 웃음을 선사한다.
이 작품의 DVD 타이틀에는 영화의 배경이 된 1970~80년대 멕시코 프로레슬링의 짤막한 역사가 소개된다. 멕시코 프로레슬링은 자유로운 싸움이라는 뜻의 ‘루차 리브레’로 불린다.
1933년 미국에서 건너간 멕시코 프로레슬링의 특징은 선수들이 마스크를 쓰고 싸운다는 점. 마스크는 선수의 생명과 마찬가지여서 경기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쓰고 있는다. 멕시코의 전설적인 프로레슬러 엘 산토 같은 경우 죽어서 관에 묻힐 때에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는 일화가 소개된다.
영화 속 주인공 나쵸의 상대로 등장하는 황금마스크를 쓴 람세스 역시 실제 프로레슬러다 그의 부친도 닥터 와그너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유명 레슬링 선수다.
DVD 부록에 실린 프로레슬러들의 면면과 훈련 모습을 보면 우리의 흑백TV 시절 프로레슬링 선수들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종 격투기와 드라마처럼 구성된 미국식 프로레슬링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과거 프로레슬링의 순박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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