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바둑/ 프로기사·아마 고수들 "한국은 좁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바둑/ 프로기사·아마 고수들 "한국은 좁다"

입력
2007.04.10 23:36
0 0

올해로 입단한 지 만 10년이 되는 프로 기사 안영길(27ㆍ 5단)이 지난달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이정우(6단) 박병규(5단)와 함께 한 달 동안 유럽 각국을 순방하다시피 한 그 길은 관광 행차가 아니었다. 영국에서 런던 바둑 협회 관계자를 만나, 자신의 영국 진출 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무리 짓는다는 큰 목표가 있었다.

얘기는 잘 됐다. 앞으로 1년간 런던에 거주하면서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바둑 클럽을 중심으로 강의와 개인 지도 등 보급 활동을 펼치기로 한 것. 안영길은 현재 신청 중인 비자가 나오는 대로 상반기 중에 런던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현역 프로 기사가 유럽 지역의 바둑 전도사로 나서는 것은 작년 4월부터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영선(5단)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외 주요 기전 본선에서 활약했고 군에 입대하기 전에는 신예프로10걸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안영길이 해외 보급을 결심하게 된 지는 꽤 오래 됐다.

“2004년에 입대해서 2년간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할 때가 되면서 장래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솔직히 그 동안 바둑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데다 이미 후배들이 너무 커버려서 더 이상 한국에서는 설 땅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바둑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인지라 여러 가지 궁리를 하다가 해외 보급 쪽으로 생각이 미쳤습니다. 제 나름대로 ‘블루 오션’을 찾은 것이죠.”

특히 명지대 재학 시절 바둑 영어를 배웠던 한상대 교수(교양학부)와의 만남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06년 4월 제대하자마자 한 교수가 운영하고 있는 바둑 영어 교실을 찾아가 지난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면서 유럽 각국 바둑협회와 접촉, 바둑 강사 초빙 의사를 타진하는 등 차근차근 떠날 준비를 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달 현지 관계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진출 계획을 확정했다. 영국 측에서 숙소를 제공하고 그룹 및 개인 지도를 통해 기본적인 생활비를 조달키로 했다.

“처음에는 상당히 고생이 되겠죠. 하지만 각오는 되어 있어요. 우선은 1년 예정이지만 가능한 한 현지에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히 영국은 일본이나 중국 기사들이 전혀 진출해 있지 않은 신개척지라는 게 매력입니다”

최근 바둑계에서는 프로 기사 뿐 아니라 이른바 ‘이무기’라 불리는 아마 강자들의 해외 바둑 사범 진출이 크게 늘고 있다. 이미 황인성(아마7단) 조석빈(아마7단) 등이 독일에 진출했다가 군복무 때문에 돌아 왔으며 호주에는 허기철 - 이세나(이세돌의 누나) 부부가 나가 있다.

금년 들어서는 홍슬기(독일 베를린), 장비(미국 시애틀), 오은근(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의 진출이 거의 확정돼 빠르면 상반기 중에 현지로 떠날 예정이다.

해외 바둑 사범 진출이 늘고 있는 것은 최강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국내 바둑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크게 기인한다. 최근 청소년들의 바둑에 대한 관심이 점점 시들어가면서 바둑 교실과 기원이 계속 줄고 있는 등 국내 보급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도 한몫 한다.

아직 해외 바둑 사범에 대한 대우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편이다. 대부분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이 빠듯한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지난 1년간 독일에서 활동하다가 연초 설을 맞아 일시 귀국했던 윤영선도 “이제야 겨우 부모님에게 손 벌리지 않는 정도”라면서도 “좋아하는 바둑을 계속하면서 유럽 문화도 즐기며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외 바둑 사범 진출은 전적으로 개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최근 대한바둑협회에서 해외 보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원 방안을 마련키로 했으나 아직은 구상만 있을 뿐 재원 문제 등으로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실정이다.

사실 한국 바둑이 이미 10여 년 전에 세계 최강으로 올라선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해외 보급 활동은 너무 미미한 수준이다. 바둑이 체육으로 자리매김하고 장차 올림픽 개최까지 생각한다면 바둑의 세계화 작업이 시급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박영철 바둑 칼럼니스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