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3불(不) 정책 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통령과 교육인적자원부는 물론, 대학교육협의회 등 관련 기관에 정치권과 언론까지 가세해 얽히고 설킨 공방이 한창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3불 정책을 도입할 당시의 여건이 자율과 경쟁의 시대를 맞아 많이 달라진 만큼 본격적이고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대학별 본고사, 고교 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각각 떼어서 별도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요즘 논쟁은 여전히 3불 사수냐, 3불 폐지냐의 총론 대결식 이념갈등 성격으로 전개되는 양상이어서 유감스럽다.
파급력이 오히려 적어서 비교적 합의가 쉬워 보이는 문제부터 말하자면, 기여입학제의 경우 부모의 대학에 대한 물질적ㆍ정신적 기여가 학생의 학업 수준과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선진국 수준의 여러 장치를 마련한다면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
이와 달리 고교 등급제는 사안이 심각하다. 고교별로 교육 수준과 학업성취도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그러나 그 차이는 학교 자체의 여건과 부모의 지원에 크게 힘입은 것이며, 학생의 발전 가능성을 측정ㆍ판단하는 데 결정적일 만큼 중요한 요소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국가의 배정으로 특정 고교에 배정된 상황에서 선배들의 성적에 따라 각 학생의 등급을 매기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 교육개발원의 최근 조사에서도 고교생의 53%가 이 제도에 반대했으며, 학부모 교사도 반대자가 훨씬 많았다. 과학고나 외국어고 학생이 동일계 진학을 할 경우 배려하는 정도 이외의 고교 등급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자율 시대에 대학별 본고사 실시는 별로 막을 명분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자율이 철저히 보장된 서구 대학에서 본고사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을 주목했으면 한다. 과거 본고사 시절과 같은 형태의 국영수 중심 지필고사는 창의력이 요구되는 시대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럴 경우 내신ㆍ수능ㆍ논술 과외에 더해 본고사 과외가 치열해질 것은 뻔하다. 학생과 학부모의 과외 부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시대에 맞지 않는 시험을 되살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학별 전형의 다양화를 꾀하는 것은 별도 문제이며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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