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정부의 노동 관련 ‘3불(不) 정책’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일부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 향후 관련법안의 입법 과정에서 노ㆍ사ㆍ정 간에 갈등이 고조될 전망이다. 노동 관련 ‘3불 정책’이란 최근 노동부가 노동계의 의견을 수렴해 도입을 확정했거나 추진 중인 ‘비정규직 차별금지’, ‘연령별 차별금지’, ‘성별 차별금지’ 정책을 말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 상근 부회장들은 9일 서울 반포동 매리어트호텔에서 조찬 간담회를 갖고 “정부가 노동ㆍ고용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과도한 보호정책을 남발해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노조 편향적인 정책의 완화 및 일부 조항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 등 경제5단체 부회장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최근 취업난의 근본 원인은 과도한 고용보호 정책 때문인데도, 연령ㆍ성별에 따른 차별 금지와 육아를 둔 근로자의 근로시간 단축제 등 새로운 규제의 도입은 고용 경직성만 높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재계는 ‘연령별 차별금지’에 대해서는 완전 철폐를 요구했다. 현재 대부분 기업들은 나이에 따라 임금을 올려주고 승진시켜 주는 ‘연공급 인사체계’를 도입, 실시하고 있다. 재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 연령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1억원의 과태료까지 부과할 경우 개별 기업의 인사관리와 노동시장에 적지않은 충격을 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대부분 근로자가 연차 휴가도 제대로 쓰지 않아 기업이 수당으로 보상하는 게 현실인데, 배우자 출산을 이유로 3일간의 휴일을 더 주면 기업 부담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정부가 이들 법안의 도입을 강행할 경우 여성과 일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이 감소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현실적 기준을 충족시킬 자신이 없는 기업들이 문제될 만한 근로자들을 뽑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아파트 경비원 등의 처우 개선을 위해 최저임금제를 확대 적용했으나 오히려 고용이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노동부와 노동계는 이에 대해 ‘3불정책’은 양극화 해소와 저출산ㆍ고령화 대책 차원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도 “재계 주장에 개의치 않으며, 사용자에게 일방적 부담을 주는 정책은 하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일각에선 재계가 ‘3불 정책’에 반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선제공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대선국면에서 정부가 노동계의 요구를 많이 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재계가 견제구를 던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이슈의 파괴력이나 노ㆍ사ㆍ정의 극명한 입장 대립으로 볼 때 ‘3불 정책’이 2007년 노사관계 지형을 뒤흔들 불쏘시개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성신여대 박준성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이 상당 부분 현실을 외면한 채 추진되고 있다”며 “재계의 강력한 반발로 2007년 노사협상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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