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천 년의 긴밀한 교류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중국 문학은 근대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고전적 세계에 속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착각은 서세동점 및 냉전의 한 세기를 거치며 한중 간에 가로놓인 단절에서 비롯한다. 문화대혁명(이하 문혁) 이후 30년 넘게 펼쳐진 중국 현대문학의 백화쟁명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탓도 크다.
이에 양국 작가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넓히려는 ‘10년 대장정’에 착수했다. 그 첫걸음으로 9일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에서 제1회 한중작가회의가 개최됐다.
이틀 동안 열리는 이번 행사엔 이시영 공지영 김주영 오정희 임철우 김치수 오생근 우찬제 홍정선 등 한국에서 18명, 리환이 천둥둥 왕안이 왕샤오잉 위화 치아오예 무토오 왕구앙둥 등 중국에서 24명의 문인이 참가했다.
앞서 작년 8월 한국의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사장 김주영)과 중국 푸단대 중어중문학과(학과장 천쓰허)는 양국을 오가며 1년에 한 번씩, 총 10년 간 작가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상처와 치유’. 양국 작가들이 격동적 현대사를 겪으며 받은 상처를 어떤 방식으로 형상화했고, 그 작품이 상처 입은 이들을 어떻게 위로했는가를 논의하자는 취지다. 중국에서 열린 회의인 만큼 기조연설의 주제는 자연스레 문혁으로 모아졌다.
중국 측 행사 기획자인 평론가 천쓰허(陳思和)씨는 90년대 이후 중국 소설이 문혁을 다루는 방식을 문제 삼았다. 위화(余華), 옌롄커(閻連科) 등 문혁을 절실히 체험하지 않은 젊은 작가들이 이 광기어린 사건을 마치 축제처럼 묘사하며 ‘괴담화’한다는 것.
천씨는 “역사는 결국 단순한 기호들로 기억되게 마련일지라도, 문학은 복잡다단한 사건의 본질을 보여줄 임무에 소홀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국 측 연설자로 나선 평론가 성민엽씨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고도화로 자본주의적 모순이 심화하고 있는데도 중국 문학은 이를 비판하기를 꺼려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문혁의 상처가 여전히 생생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현실 비판이 문혁 때와 같은 극좌노선을 부활시킬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성씨는 “문혁의 상처는 고립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며 김지하, 조세희, 임철우 등 한국 비판문학을 그 전범으로 내세웠다.
개회식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번역된 상대국 작가의 대표작을 낭독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10일에도 작품 낭독 및 토론회가 이어진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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