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권영세 최고위원이 입을 열었다.
"선출직 당직자는 지분이 있어 줄서도 된다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행여 선출 당시 지지를 무슨 짓을 해도 따라올 고정 지분으로 착각한 것이라면 우리 모두가 그렇게 비판해 온 조폭의 '오야붕,꼬붕'하는 계파정치와 다를 바 없다."
권 의원이 '분'으로 지칭한 사람은 이재오 최고위원이다. 이 최고위원은 최근 강재섭 대표의 당직자 경선 중립 요구를 명시적으로 거부한 바 있다. 나아가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지지 활동을 계속하고, 캠프에서 본부장을 맡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그리고 이 전 시장 캠프에 함께 몸담고 있는 한 의원은 이런 논리를 폈다. "집단지도체제 아래서 선출직 최고위원은 자신의 정치적 지분을 갖고 최고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을 지킬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 최고위원은 이날 당내서 비교적 중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권 최고위원의 비판에 내심 당황한 듯 했다. 얼굴은 굳어졌고 즉각 반박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의 당헌은 '당권ㆍ대권 분리'를 금과옥조처럼 받들고 있다. 당 대표 등 지도부는 대선 후보와 거리를 두도록 했다. 그래서 대선 1년6개월 전부터 대선출마 희망자는 당 대표를 하지 못한다.
이런 규정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치열한 경선 국면에서 지도부가 중간지대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은 정치판의 상식이다. 그렇지 않으면 심판 없는 싸움판이 돼 버린다.
최고위원이든 누구든 지지하는 대선주자가 있을 수 있지만, 상궤를 벗어난 억지를 부려선 안 된다. 권 최고위원의 지적에 이날 한나라당 관계자 상당수가 고개를 끄덕였음을 이 최고위원은 알아야 한다.
이동훈 정치부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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