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 향연시인이 쓴 화가의 생애 "예술과 예술가의 삶은 하나"
화가 이중섭이 1916년 4월 10일 평남 평원군에서 태어났다. 40년 후인 1956년 9월 6일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숨진 뒤에도 3일 동안이나 연고자조차 나타나지 않았던 외로움 속에 세상을 뜨기까지, 그의 짧은 생은 ‘천재화가’ ‘한국 최초의 근대화가’라는 수식만으로 갈음하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것이었다.
<이중섭 평전> 은 시인 고은(74)이 1973년에 쓴 이중섭에 관한 최초의 평전이다. <이중섭 그 예술과 생애> 라는 이름으로 나왔던 이 책은 1999년 <화가 이중섭> 이란 제목으로 복간됐고, 2004년 <이중섭 평전> 으로 다시 출간됐다. 나중에 새롭게 밝혀진 몇몇 사실과 해석의 오류에도 불구하고, 고은의 이 평전은 예술과 그것을 낳은 예술가의 삶, 그리고 배경이 되는 시대의 진실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평전의 모범이다. 이중섭> 화가> 이중섭> 이중섭>
“전쟁은 전후에 확인된다. 그것은 사람이 사후에 완벽하게 확인되는 것과 똑같다”고 고은은 쓰고 있다. 고은은 이중섭의 가족과 친지들에 대한 철저한 취재, 그가 살았던 시대상에 대한 통찰에 바탕해 특유의 ‘운문적 산문’이라 할 만한 문장으로 이중섭의 비극적 생을 복원했다.
1999년판 후기에서 고은은 “삶까지도 예술이기 위한 형벌을 받는 자만이 예술가”라고 언명하고 있다. 이중섭의 화가로서의 열정과 좌절과 자학, 인간적 고통과 나약함은 그 형벌이었을까. “전쟁 뒤에는 소 눈도 흐려졌어…” 평소 말없는 편이었던 이중섭이 가끔 했다는 한탄이다. 그가 최근 벌어진 자신의 작품 위작 파문을 저승에서 듣는다면 뭐라고 할 것인가.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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