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연수하면서 "육류 가격은 정말 싸구나" 하는 점을 실감했다. 기자가 즐겨 찾았던 '골든 코랄'이라는 뷔페식 레스토랑에선 10달러만 내면 쇠고기 등심은 물론 닭고기 돼지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반면 서울의 쇠고기 값은 어떤가? 강남 등에는 등심 1인분에 4만~5만원 하는 한우전문점이 많아 외식하기 겁난다. 서울에 사는 외국인들은 스테이크 가격에 대해 "정말 미쳤다"고 아우성이다.
4인 가족이 한우고기 한번 먹으려면 15만~20만원은 필요하다. 서민은 물론 한달 수십만원의 소득으로 살아가는 소년소녀 가장들은 쇠고기 먹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쇠고기 시장을 좀더 개방하면 이들이 값싼 수입 쇠고기라도 자주 먹게 될 것이다.
이쯤 되면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철벽 방어'하려 했던 농림부의 퍼주기식 농업대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농림부는 2003년 타결된 한ㆍ칠레 FTA로 포도, 복숭아, 키위의 수입 급증에 따른 농가의 타격을 우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1조 2,000억원의 지원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2004~2006년에만 4,600억원이 과수농가에게 지원됐다. 시설포도 농가는 폐업 지원금과 시설현대화용으로 ㏊당 1억400만원을 받았다. 대구 근교에 10억원 대의 과수원을 가진 한 농민은 폐업 지원금으로 수억원을 챙겼다고 한다. 이 농가는 세금으로 조성된 지원금을 받은 후 갈비찜 전문점을 차려 영업하고 있다.
소년소녀 가장들도 생필품과 각종 물품 구입시 붙는 부가세(10%)를 한 달에 수만원씩 낸다. 이들이 낸 세금이 포함된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은 일부 부자 농민은 과수원 사업을 접은 후 갈비찜 집 등을 차려 돈을 벌고 있다. 이 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FTA대책 중에는 해당국 농산물이 수입되기 전에 농가에 현금 등을 주는 것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퍼주기 지원' 비판을 받고 있다.
한미 FTA 타결 후 피해산업 보완 대책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FTA 타결 후 피해 농가에 대한 구조조정 지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쇠고기시장 개방 등으로 혜택을 입는 소비자들이나 납세자들의 의견은 제대로 부각되고 있지 않다. 소비자단체는 같은 NGO(비정부기구)인 농민단체의 반발을 고려, 수수방관하고 있다.
농업 지원금은 세금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데도, 납세자들의 견해도 묻혀지고 있다. 경제단체가 '박수부대'로 동원되고 있지만 '프리 라이더(무임 승차자)'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한미 FTA 문제는 정부 간 샅바싸움에서 국내 비준 게임으로 변했다. '위너(수혜) 그룹'과 '루저(패자) 그룹' 간에 격렬한 공방전으로 국론분열이 우려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 및 찬성파와 반대파 간의 대립을 중재할 수 있도록 소비자단체와 납세자단체가 참여하는 'FTA 3자협의회' 구성을 검토해야 한다.
유럽연합, 일본, 중국과의 FTA 협상도 잇따라 예고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3자협의회 구성은 절실하다. 3자협의회는 FTA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취약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무역구조조정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이의춘 산업부장 직대 e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