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일일 영업 마감시각을 현행 오후 4시 30분에서 3시 30분으로 1시간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창구 영업이 끝나도 정산 등 마무리 작업을 마치려면 밤 8시가 넘어야 퇴근하기 일쑤일 정도로 노동 강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란다.
또 이미 인터넷 뱅킹과 자동화기기를 통한 업무의 비중이 높아져 창구 업무를 줄여도 고객들의 불편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즉 금융서비스의 본질적 성격을 가볍게 여기는 짧은 생각이다.
은행 등 37개 금융회사 노조의 단결체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가 단체협상안에 이 같은 안건을 넣은 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영업시간만 보면 오전 9시30분~오후 4시30분이지만, 개점 준비를 위해 아침 8시 전후 출근해야 하고 사후 정산을 마치면 밤 늦게 퇴근하는 날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영업시간 단축 만큼 시간외 수당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살인적 업무강도를 낮추자는 것이 이번 안건의 취지"라는 설명을 들으면 안타까움도 든다.
그러나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돕고 지원하는 공공적 성격의 금융서비스가 자신들만의 '시계'를 주장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공감을 얻기 어렵다.
금융노조 홈페이지 등에 '배부른 소리' '고객을 무시한 집단 이기주의' 등의 비난이 쇄도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겠으나, 가장 큰 문제는 금융권 노사관계 내에서 다뤄야 할 이슈를 엉뚱한 곳에서 해결하겠다는 잘못된 발상이다. 고용 내용과 형태의 개선으로 풀어야 할 노동강도 논란을 돌연 고객서비스 축소로 쟁점화한 의도가 순순하게 읽히지 않는 이유다.
특히 금융노조가 섣부른 주장을 강변하는 근거로 몇몇 선진국의 예와 비창구금융 비중의 증가를 내세우는 것은 한국적 금융관행과 서비스의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다.
"줄어든 영업시간 만큼 수수료를 줄여주면 될 것 아니냐"는 반론은 외환위기를 겪으며 빈사상태에 빠졌던 금융권이 오늘의 황금기를 누리게 된 과정을 외면하는 배은망덕한 언행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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