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에서 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하는 K모(37)씨는 요즘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하다. 개원 5년 만인 지난해 연 매출 7억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6년간의 의대 생활을 마치고 정형외과를 전공으로 택했을 때는 주변의 우려가 만만치 않았다. 대표적인 3D 진료과목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개원 직후엔 뿌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군대의 ‘5분 대기조’처럼 늘 긴장한 상태에서 환자를 받아야 하는 일상이 힘겹기만 했다. 하지만 이젠 다른 전공을 선택한 동기들이 부럽지 않다. K씨는 “매출 대비 순익은 높지 않지만, 비뇨기과나 산부인과를 전공한 친구들보다는 안정적이기에 몸이 힘들어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전국 동네의원 중 정형외과의 진료비 수입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형외과는 지난해 의원 1곳 당 평균 5억1,495만원의 진료비를 기록, 전국 의원 평균인 3억289만원보다 1.6배나 많았다. 의료계에선 정형외과의 진료범위가 교통사고, 골절, 노인성 질환 등으로 광범위한 데다 환자 1인 당 진료단가가 비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9일 발표한 ‘2006년 의원급 진료실적 분석’에 따르면 정형외과에 이어 안과(4억9,119만원), 신경외과(4억4,528만원), 재활의학과(3억7,707만원), 이비인후과(3억5,913만원) 순으로 진료비가 많았다. 남자 원장의 평균 진료비는 3억1,604만원으로 여자 원장(2억1,571만원)을 1.5배 웃돌았다.
건강보험공단이 밝힌 진료비는 건강보험과 의료급여가 적용되는 진료 항목(본인부담금 포함)이 대상이어서 실제 의원 매출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비급여 항목(임플란트 보톡스 보약 등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항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형외과, 치과의원, 한의원 등을 제외한 대다수 동네의원들의 진료비는 연 매출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성형외과의 진료비는 2,230만원, 치과의원은 8,165만원, 한의원은 1억1.872만원이었다.
같은 진료과목이라도 지역별ㆍ성별 편차가 컸다. 안과의 경우 의원 1곳 당 평균 진료비가 가장 많은 강원지역은 7억5,540만원을 기록, 최저인 서울(3억4,008만원)의 2배를 넘었다. 전국의 안과의원 중 56.2%가 서울 경기 인천에 집중돼 경쟁이 치열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아과(55.6%), 이비인후과(55.3%)의 수도권 집중률도 높았다.
내과는 진료비 수입이 최고인 대전ㆍ충남이 3억7,980만원, 최저인 광주ㆍ전남은 3억1,968만원으로 지역별 편차가 가장 적었다. 산부인과 진료비는 남자(2억6,170만원)가 여자(1억4,144만원)보다 1.85배 더 많았으며, 안과(남자 5억1,605만원, 여자 3억2,169만원)와 정형외과(남자 5억1,542만원, 여자 3억2,662만원)도 성별 차이가 두드러졌다. 육체 노동량이 상대적으로 덜한 내과와 소아과는 성별 차이가 크지 않았다.
연령대별로는 40대 진료비가 3억3,699만원으로 최고였다. 45세 개원의의 진료비(3억4,844만원)가 가장 많았으며, 이후 점차 감소해 65세 이상은 1억3,805만원에 불과했다. 치과의원은 40대(8,858만원), 한의원은 30대(1억2,684만원)가 가장 많았다. 전국의 의원 수는 일반의원 2만2,945곳, 치과의원 1만1,871곳, 한의원 4,792곳으로 10년 전인 1997년에 비해 각각 62%, 58.8%, 119.3% 증가했다. 전체 의원의 49.3%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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