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발급수 1억장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길거리 카드 모집 광풍으로 정점을 이루며 카드 대란을 촉발했던 2002년을 논외로 하면, 본격적인 '신용카드 1억장 시대'가 예고되고 있는 셈이다.
'제2의 카드대란' 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카드업계는 "5년 전과 지금은 확연히 다르다"고 단언한다. 건전한 신용거래 풍토가 자리잡은 결과라는 것이다.
9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1월말 현재 신용카드 누적 발급수는 9,395만장으로 지난해 말(9,246만장)에 비해 불과 1개월 사이에 150만장 가량 증가했다. 하루 5만장 이상 신용카드가 늘어나고 있는 것인데, 올 들어 은행과 카드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결과다.
이 추세라면 4월 현재 발급 카드수는 9,700만장 안팎으로 추산돼 상반기 중에 1억장 돌파가 가능할 전망이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 보유수가 4장을 넘어서는 셈이다.
신용카드 발급수는 2002년말 1억487만장으로 정점을 이룬 뒤 카드 대란을 거치며 2003년말 9,392만장, 2004년말 8,600만장으로 감소하다 2005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발급 카드수는 카드 대란 당시와 비슷한 수준까지 늘어나고 있지만, 이용 패턴은 분명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02년과 지난해를 비교해볼 때 일시불 이용건수는 월평균 1억1,524만건에서 2억631만건으로 두 배 가량 늘어났지만, 건당 결제금액은 5만7,166원에서 5만430원으로 12% 줄었다.
반면 '돌려 막기'의 주범인 현금서비스 연간 이용액은 2002년 357조원에 서 지난해 92조원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 1월에도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7조2,103억원으로 전년도 월평균 이용액보다 6% 가량 줄어드는 등 감소세를 이어갔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카드 발급이 늘어나면 현금서비스 돌려 막기나 과도한 할부 구매가 증가하면서 고스란히 부실로 이어졌다"며 "지금의 추세는 소비자들이 소규모 일시불 거래를 늘려가고 있는 반면, 현금서비스 이용은 꾸준히 줄여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빚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카드별로 다양한 부가 혜택을 골고루 누리기 위해 소비자들이 여러 장의 카드를 발급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작정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의 급격한 신용카드 발급 증가세는 과도한 부가 서비스, 카드사 직원들을 통한 무리한 할당 등에 기인하고 있다. 특히 우량 회원 유치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기존 회원들의 이용한도 증액 조치도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무리한 외형 확장 경쟁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며 "경기 침체 등 외부 요인과 맞물릴 경우 제대로 된 신용평가에 근거하지 않은 카드 발급과 한도 증액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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