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동안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 해온 빨간 우체통이 사라지고 있다. 이메일과 메신저,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에 밀려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기 때문이다.
9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설치된 우체통은 2만7,300여개. 지난해까지 3만개였으나 지난해 말 2,700개가 철거됐다. 가장 많았던 1993년엔 5만7,000개나 됐다.
우체통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84년. 정보통신부 전신인 우정총국이 설치되면서 우편 업무를 시작, 종로, 교동, 남대문, 동대문 등 서울시 10군데에 국내 1호 우체통이 마련됐다. 당시 우체통은 사각형의 나무통이었다.
이메일에 밀려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우체통이 꿋꿋히 명맥을 이어가는 곳도 있다. 동쪽 끝 울릉도, 서쪽 끝 백령도, 최남단 마라도 등 국토의 끝머리마다 빨간 우체통이 서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우체통이 명물대접을 받는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의 간절곶 우체통은 해맞이 축제 상징조형물로 쓰이고 있으며 충남 천안시 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에 마련된 밀레니엄 우체통은 높이 4m로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우정사업본부는 이처럼 역사의 산물인 전국 우체통을 10일부터 20일까지 일제히 정비한다. 밑돌도 바로 세우고, 청소도 하며 벗겨진 페인트를 다시 칠할 계획이다.
황중연 우정사업본부장은 "아직도 여러 지역에서 우체통이 중요한 소식창구 역할을 하는데 폭죽을 집어넣어 불을 내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종종 있어 안타깝다"며 "국민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우체통을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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