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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문자 '화들짝' 처벌 못하니 '울화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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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문자 '화들짝' 처벌 못하니 '울화통'

입력
2007.04.09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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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모 구(區)의회 사무국에 근무하는 K(33ㆍ여)씨는 최근 황당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승진 발령을 받은 다음 날 밤 남자 직장 동료가 “어떤 의원한테 몸을 팔았냐”는 모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놀란 A씨는 날이 밝자 남편과 함께 메시지가 저장된 휴대폰을 들고 경찰에 찾아가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의 도움은 받을 수 없었다. 현행법상 아무리 심한 성희롱이라 해도 단 한번의 문자메시지로는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휴대폰이나 이메일, 채팅 등을 통한 성희롱이 급격하게 번지고 있다. 그러나 1회성일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자들의 분노와 불만이 쌓이고 있다. 일대일 방식의 통신수단을 통한 성희롱은 휴대폰 번호와 이메일 주소, 채팅 상대가 그대로 남아 가해자의 신분이 명확하게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죄’가 성립 되지 않는다.

●형법상 명예훼손죄 구성요건 안돼

성희롱은 형법상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에 해당되면 입건할 수 있다. 하지만 휴대폰 메시지 등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없는 경우의 성희롱은 2회 이상 연속성이 있어야 형사 처벌할 수 있다. 형법(307조)에 따르면 명예훼손에 해당되려면 공연성(公然性), 즉 불특정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 게시판에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글을 올리면 단 한번이라도 처벌을 받는다. 모욕죄도 마찬가지다.

●정신적 피해는 성추행 못 지 않아

휴대폰 메시지 등을 통한 성희롱은 단 한번이라도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인 충격은 형법의 처벌 대상인 성추행에 버금간다. 직속 상관과 메신저로 대화하다 “어제 남편과 잠자리는 어땠냐”는 질문을 받았다는 김모(30ㆍ여ㆍ회사원)씨는 “모멸감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 정도면 회사 차원의 징계는 물론 형사 처벌도 마땅하지 않냐”고 울분을 토했다.

직장 동료한테 “다리가 정말 섹시하다” 등의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받은 이모(27ㆍ여ㆍ공무원)씨는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성희롱을 당했는데 처벌할 수 없다니 황당하다”며 “피해자 더 늘기 전에 법을 고치거나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형사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백한 증거, 해고까지 가능

일대일 방식의 통신수단을 통한 1회성 성희롱도 국가인권위원회법, 여성발전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관련법에 따라 가해자는 사내 중징계를 받는다. 또 해당 회사나 관공서가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가 노동부나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해 조사를 의뢰하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박아름(25ㆍ여) 상담사는 “사내 상담센터나 관련 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할 경우 이메일이나 휴대폰, 채팅 내용을 보관해 증거를 확보해 두는 게 중요하다”며 “단 한번이라도 명백한 증거만 있다면 성희롱 내용에 따라 회사나 관공서는 가해자를 해고까지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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