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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우의 과학@영화.com] <15> 가지 않은 길?- 영화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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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우의 과학@영화.com] <15> 가지 않은 길?- 영화 <아일랜드>

입력
2007.04.0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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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쯤 된 이야기이다. 복제양 돌리가 태어났을 때, 사람들은 곧 모든 동물들을 복제하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사람도 곧 복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보다는 녹록치 않은 일이었다. 처음 양서류의 체세포 복제에 성공한 것은 1962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개구리 체세포를 떼어내 난자에 이식했다.

복제된 첫 포유류인 돌리까지 걸린 시간은 30년이 넘는다. 돌리 이후 쥐, 소, 황소, 토끼, 고양이, 개가 차례로 복제 동물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까지 인간과 아주 가깝다고 알려진 원숭이나 유인원의 복제에 성공했다는 뉴스는 없다. 지금까지 복제에 성공한 동물의 종류는 손에 꼽는다.

사실, 동물 복제의 기본적인 원리는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것과, DNA가 어떻게 유전의 기작에 관여하는지가 밝혀진 반세기 전에 다 알려진 것이다.

중생대의 공룡을 복제해서 현실에서 테마공원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담은 <쥬라기 공원> 은 복제와 관련된 상상력을 한껏 자극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힌다.

생식이라는 복잡한 과정에 관여하는 분자들이 기능은 같아도 조금씩 달라서이 막상 복제를 시도할 때는 경우마다 다른 방법을 써야 하기 때문에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것이다.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현재의 복제 연구는 새로운 원리를 밝히기보다는 여러 번 시도해서 성공하면 그 방법을 적어놓는 정도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한 곳에서 이루어진 실험을 다른 곳에서 재현하는 것도 어렵고 검증도 쉽지 않다. 운칠기삼에 의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물론, 이런 방식도 과학의 중요한 연구 방식 중 하나이지만 세포의 특정한 부분을 자르는 분자 수준의 가위와 접착제 같은 것들이 이론적으로 가능해지고 실제로 적용되어서 DNA를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안착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성공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론적인 돌파 없이 현재 상태에서 무엇을 복제하든 커다란 진보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최근의 늑대 복제를 둘러싸고 일어난 논란도 해프닝 수준 이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정상적인 생식 과정을 거치는 생명체의 복제는 오랜 진화의 시간을 거치면서 검증된 안정된 방법이다. 비록 복제처럼 똑 같은 개체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비교적 닮은꼴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대개는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 그런데, 이런 방법을 제쳐 두고 사람들이 체세포 복제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구나 복제와 관련된 도구들을 차근차근 마련해나가기보다는 되는대로 섞어서 흔들면서 복제의 성공률을 높여보겠다고 조급증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늘 그 점이 궁금했다.

복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드는 이유는 여럿 있다. 이번에 멸종 위기에 놓인 늑대를 복제했다고 발표한 국내 연구팀에서 든 이유는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말이 안 된다. 멸종 위기의 동물이 중요한 이유는 그 존재 자체가 귀중하기도 하지만 그 종이 관계를 맺고 살던 생태계 전체의 보존과 관련해서 더 의미가 있다. 멸종 위기에 놓인 호랑이가 동물원에서 제대로 번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늑대를 복제해 놓는다고 해도 늑대가 잘 지낼 환경이 없다면 결국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다른 자잘한 이유들도 그리 신통한 것이 별로 없다.

무엇보다도 복제 연구가 가져 올 커다란 성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은 의학적 가능성일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끝까지 밀고 간 것이 영화 <아일랜드> (마이클 베이 감독, 2005)의 이야기일 것이다. 영화에 따르면 2014년, 메릭 바이오테크라는 회사가 인간복제에 성공한다.

정부는 2015년 우생관련법을 제정해서 복제인간은 자율신경을 제외하고는 잠들어 있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복제를 허용한다. 하지만 복제인간을 만든 메릭 박사는 인간의 의식과 감정, 활동이 동반되지 않으면 장기를 이식할 때 거부 반응을 보이는 수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래서 그는 복제인간들을 가두어 놓고 조작된 기억을 주입해서 관리한다. 그리고 스폰서가 요구하면 복제인간의 장기를 제공하거나 대리모로 제공한다. 그렇게 사용된 복제인간 앞에 놓인 운명은 죽음뿐이다.

이 영화가 나오던 무렵 우리나라는 황우석 신드롬에 사로잡혀 있었고 당장에라도 복제 인간이 출현할 것이라 생각했다. 황우석 박사가 주기적으로 TV에 나와서 “인간의 질병 극복에 지름길이 열렸다”고 세뇌했다. 그런데 병을 고치기 위해서 복제 인간을 희생시켜야 한다면 그것은 옳은 일일까?

이런 상황은 영화 속의 설정일 뿐이고 실제로 우리는 훨씬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래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영화 속의 상황이 재현될 것 같아서 불안하기 그지없다.

시장에 의사결정을 맡기고 있는 상황에서 이윤을 만들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과 가족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어떤 일이건 무릅쓸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물론, 인류의 행복에 장애가 되는 질병을 정복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꼭 인간 복제는 아니다. 50년 전에 살충제 남용으로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 호된 경고를 했던 레이첼 카슨의 조언은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는 지금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 곳에 서 있다. 하지만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에 등장하는 두 갈래 길과는 달리, 어떤 길을 선택하건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우리가 오랫동안 여행해온 길은 놀라운 진보를 가능케 한 너무나 편안하고 평탄한 고속도로였지만 그 끝에는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가지 않은 다른 길은 지구의 보호라는 궁극적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라고 할 수 있다.”

■ 돌리도 요절… 복제 동물은 수명이 짧아

처음으로 복제된 포유류인 돌리가 세상에서 누린 시간은 6년 7개월. 2003년 2월에 노화에 따른 폐질환으로 안락사시켰다. 정상적인 양이 15년 가량 사는 것에 비하면 짧은 삶을 산 셈이다.

사고 때문에 보통보다 짧은 생을 사는 경우도 흔하지만 태어난 지 3년 후부터 성인병인 관절염과 류머티스 등으로 고생을 많이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돌리가 정상적으로 태어난 양들보다 훨씬 빨리 늙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미 성인이 된 개체의 DNA에서 발생된 돌리가 DNA를 준 개체만큼 이미 나이가 든 상태였다는 설명이 가장 유력하다.

보통 정상적인 상태의 세포는 일정한 횟수의 세포분열을 하고 나면 더 이상 분열하지 않고 죽음에 이른다. 이때 특징적인 현상은 세포 안의 DNA 끝에 있는 텔로미어라는 부분이 분열 횟수를 거듭하면서 점점 짧아진다는 것이다. 돌리가 세 살이었던 무렵부터 이미 어린 돌리의 세포가 분열을 여러 번 한 늙은 세포처럼 보인다는 보고가 있었다.

돌리의 죽음은 복제동물을 만들기 위한 기계적인 실험을 반복하는 것보다 노화, 이미 분화된 세포의 유전자를 재프로그래밍하는 것과 같은 훨씬 더 흥미롭고 시급한 과학적 주제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평론가ㆍ문지문화원 ‘사이’ 기획실장 주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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