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2008년에 있을 18대 총선을 꼭 1년 남겨둔 날이다.
아직은 12월 대통령 선거에 가려져 있지만, 총선 출마 희망자들의 움직임은 물밑에서 꽤나 활발하다.
18대 총선은 대선 3개월여 후에 치러진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새 정부가 한참 주목 받을 즈음에 선거가 실시된다. 4년 주기 총선과 5년 주기 대선이 이처럼 맞물린 것은 1987년 12월 대선과 다음해 4월 치러진 13대 총선 이래 20년 만이다.
하지만 대선의 총선 영향력은 3김에 의한 지역분할 구도가 자리했던 87,88년과는 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때는 3김 정당의 약진으로 여소야대가 됐지만, 이번엔 대선에서 승리한 당이 총선에서도 연승을 거둘 가능성이 농후 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유력 대선주자 2명이 격돌 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경우 누가 후보가 되느냐가 1차 관문으로 여겨진다. 누구에게 줄을 서느냐에 총선 공천이 달렸다고 보는 의원과 원외 위원장들이 많다.
여기저기서 주판알 튕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영남 한 지역에선 한 유력 대선주자 진영이 유력 정치인의 아들 A씨를 지지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러자 이 지역 B의원은 돌연 다른 유력 대선 주자 지지로 선회했다. 중진 C의원은 유력 대선 주자 공개 지지를 선언하고 평소답지 않게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지역구에선 “18대 퇴출을 막아보려는 안간힘”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설위원장’도 등장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이나 원외 위원장 지역에 사무실을 내고 이명박 전 시장 지지 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유력 대선 주자가 부각되지 않고 있는 여권 의원들의 행보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대선 전망이 아직 불투명한 만큼 혼자 뛰어 봐야 소용없다”며 추이를 관망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럴 때일수록 바닥을 다져 놔야 한다”며 누구보다 지역구에 몰입하는 이들도 있다.
추가 탈당과 재통합 등 우여곡절이 예상되는 만큼 속내도 복잡하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수도권 C의원은 탈당하면서 주요 지지 당원들을 우리당에 고스란히 남겨뒀다. 여권이 재통합되는 상황에 대비, 다른 총선 희망자가 당원협의회를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야 비례 대표 의원들도 18대에서 지역구 공천을 받기 위해 분주하다. 한나라당에선 박순자 이군현 박찬숙 김영숙 의원이 각각 희망 지역구에 사무실까지 내놓고 뛰고 있다. 전여옥 나경원 안명옥 의원 등도 지역구를 고르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들의 경우 박 전 대표시절 공천을 받았지만 대선 경선전에선 이 전 시장 지지를 선언한 이들이 많다. 박 전 대표측이 “이 전 시장쪽에서 비례 대표들에게 18대 총선 지역구 공천을 약속하고 끌어들이고 있다”고 비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당 비례대표인 이경숙 김영주 의원은 영등포 갑ㆍ을에 각각 사무실을 냈고, 이은영 유승희 김현미 민병두 의원도 지역구를 찍었다.
18대 총선에서 권토중래를 노리는 인사들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자신의 보좌관 출신인 이화영 의원에게서 지역구(서울 중랍갑)를 돌려 받아 18대에 출마할 것이란 소문이 나돈다. 민주당 대표로 돌아온 박상천 전 의원의 경우 17대 총선에서 자신을 무너뜨린 신중식 의원과 한 지붕 아래서 지역구(전남 고흥보성) 경쟁을 벌여야 할 처지다.
이밖에 추미애 함승희 정균환 전 의원 등 탄핵역풍으로 물러난 이들의 재기 움직임이 감지된다. 한나라당에서도 홍사덕 심규철 전용학 이성헌 전 의원이 재기를 꿈꾸며 18대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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