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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시대 개막/ 협상단이 말하는 '협상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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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시대 개막/ 협상단이 말하는 '협상비결'

입력
2007.04.0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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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우리측 협상단의 협상력에 대한 높은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지난 6일 “웬디 커틀러 미측 대표로부터 ‘우리가 만난 가장 강한 팀이었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소개했다. 우리측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었던 협상의 기술은 무엇이었을까.

최일선에서 협상을 담당했던 분과장들은 ▦물러서서는 안될 마지노선을 분명히 하는 ‘원칙’ ▦피아(彼我)의 강점과 약점을 꿰뚫는 ‘치밀함’ ▦벼랑끝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배짱’ ▦대치 상황을 풀 수 있는 인간적 ‘신뢰’ 등 네가지를 꼽았다.

금융분과장인 신제윤 재경경제부 국제금융심의관은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 전에 물러서서는 안 되는 원칙을 분명히 정해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원칙이 있어야 무엇을 주고 받기용으로 이용할 지 전술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원칙이 세워졌으면, 다음은 상대와 우리측의 강점과 약점을 꿰뚫고 이를 이용해야 한다. 신 심의관은 “우리 시위대가 매국노라고 비난하길래, 이 때다 싶어 미측에 ‘당신들 요구를 수용하면 우리는 매국노가 된다’며 우리가 처한 상황을 설명했는데, 이것이 협상력을 높였다”고 말했다.

또 우리 협상단은 미국의 아킬레스건인 ‘존스액트’를 들이밀어 쌀을 예외로 인정 받았다. 존스액트는 미국 연안의 여객과 화물수송을 미국에서 만들어진 미 국적선에만 허용하는 것으로, 미국이 퇴역 해군의 일자리 등을 이유로 가장 민감해 하는 사안이다.

모든 협상이 그렇듯 막판으로 가면 누가 더 효율적으로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느냐가 관건이다. 비교적 선방 한 농림 분과의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마감시한이 임박했던 지난달 31일(토요일) 새벽 5시까지 협상을 하고 다시 아침에 만나 양허안을 내놓으면서 ‘이것 받지 않으면 협상 못한다’고 했더니 미측에서 ‘못 받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만 두자. 가서 잠이나 자자’며 일어섰다”며 “지금 생각하면 도박이었는데 막판으로 갈수록 미측이 답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통신분과를 이끈 남영숙 외교통상부 FTA 제2교섭관도 “통신사업자의 기술표준을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미측이 요구할 때 표정과 억양까지 바꿔 ‘Over my dead body(차라리 내 시체 위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인간적 신뢰가 없다면 이런 배짱도 파국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신 심의관은 “미측 협상단을 데리고 서울 구경도 시키고 폭탄주도 돌렸다”며 “인간적으로 친해지니까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이 됐다”고 말했다. 배 국장 역시 미측 대표와 호텔 방에서 술을 마시며 개인적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상호 신뢰를 쌓았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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