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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냉전시대 거물급 소련스파이 “히스는 간첩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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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냉전시대 거물급 소련스파이 “히스는 간첩이 아니었다”

입력
2007.04.0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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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배신하고도 죽기 전까지 이를 부인한 파렴치한 간첩인가, 냉전 시대 매카시즘의 불행한 희생양인가.

미 국무부 고위 관료로 재직하다 냉전시기 소련의 간첩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인들을 충격으로 몰아 넣은 앨저 히스. 아직까지도 미국의 좌ㆍ우파 지식인 사이에 간첩 여부에 대한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는 히스에 대한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고 8일 영국 일간 가디언의 주말판인 옵서버가 전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역사학자 카이 버드는 지난 주 뉴욕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진짜 간첩은 히스가 아니라 다른 국무부 관리 와일더 푸트라고 주장했다.

히스는 1930년대 소련을 위해 간첩활동을 했던 휘태커 체임버스가 48년 그가 자신과 함께 활동했던 간첩이라고 폭로하면서 의회와 미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검사 측이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간첩죄가 아닌 ‘위증죄’로 4년 간 수감생활을 하고 96년 92세의 나이로 숨질 때까지 반평생 동안 끊임없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구 소련이 냉전 시대 미국 소련대사관으로부터 받았던 통신을 모아 놓은 ‘베로나 문서’가 95년 공개되고 이 문서 안에 ‘알레스(Ales)’란 가명으로 등장하는 간첩이 45년 얄타 회담에 미국측 대표로 참가하는 등 히스의 과거 행적과 거의 같다는 사실이 밝혀져, 그가 간첩이었다는 사실이 증명된 듯했다.

그러나 베로나 문서에서 알레스가 멕시코시티에 머문 바로 그 시점에 히스가 워싱턴에 있었다는 사실이 2005년 밝혀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버드는 이에 착안해 얄타 회담에 참가했던 미 국무부 관리 9명의 행적을 베로나 문서에 나타난 알레스의 행적과 비교한 결과, 히스가 아니라 74년 사망한 와일더 푸트가 유일하게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버드와 함께 심포지엄의 강연자로 참가한 히스의 의붓아들 티모시 홉슨(80)은 또다른 충격적인 폭로를 했다고 뉴욕 일간 뉴스데이가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홉슨은 히스를 고발했던 체임버스가 동성애자였고 히스에게 구애했으나 히스가 거절하자 앙심을 품고 그를 간첩으로 고발했다고 주장했다. 체임버스는 39년 전향해 시사주간 타임에서 반공 성향 편집자로 일했으며 히스 외에도 여러 사람들을 간첩으로 고발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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