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낡은 장비를 제때 수리하지 못해 공군 항공기의 경우 최근 5년 사이 가동률이 10% 이상 떨어지는 등 전투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8일 밝혀졌다. 육군의 신형 장비도 막대한 정비비 부담 때문에 정비 적체율이 최대 30%에 이르러 군의 정비 체계 전반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국방연구원 박주현 책임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적정 국방비 안정적 확보 및 합리적 배분방향’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교체시기를 넘어선 구형 전투장비 운용 비율은 견인포의 경우 53%, 전차가 약 50%, 헬기 49%, 공군 항공기 47%, 해군 함정 37%에 이른다. 무기는 아니지만 부대가 기본임무를 수행할 때 꼭 필요한 편제장비의 노후율도 육군이 46%, 공군 22%, 해군 12.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장비의 정비 부담은 갈수록 늘고 있는데 장비유지 예산은 최근 7년 동안 육군의 경우 연평균 3.9%, 해군은 2.1%, 공군은 불과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7.3% 수준의 국방비 증가율에 턱없이 모자랐다.
문제는 노후 장비만이 아니다. 1980년대 후반 배치되기 시작한 K-1 전차 등 K계열 궤도장비와 잠수함 등 신형 장비는 2005년부터 종합정비에 해당하는 창정비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지만 제때 정비를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당 정비비가 연간 1억5,000만원을 넘어 과거 모델의 3배에 가까운 K-1 전차는 정비 적체율이 13.9%, K-200 장갑차는 24.5%, K-55 자주포는 29.5%에 이르렀다.
제때 정비를 못해 전투장비 운용에도 지장이 적지 않다. 특히 엔진 정비 불량으로 KF-16 추락 사고까지 낸 공군의 경우 2000년 89.3%였던 항공기 가동율이 2006년 1분기에는 77.8%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최근 10년 동안 국방비 증가액 9조7,000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4조9,000억원(50.5%)을 병력운영비로 썼고, 방위력 개선비로 2조6,000억원(27.0%)을 지출했지만, 전력유지비로는 2조2,000억원(22.5%)밖에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국방비의 상당 부분을 인건비에 투자함으로써 전력유지 분야가 매우 취약해졌다”며 “적정 수준의 수리 부속 보급과 정비지원을 하지 못할 경우 전력의 약화뿐 아니라 안전사고의 원인이 되므로 노후 장비는 과감히 도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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