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국의 주도로 만든 지난해 10월 유엔 대북재제결의를 어기고 에티오피아가 북한으로부터 재래식무기를 수입토록 허용했던 것으로 7일 밝혀졌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중잣대를 사용한 미국의 이 같은 처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결의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 무기금수 등 강력한 대북제재를 촉구해왔던 미국 정부의 입지는 물론, 유엔 결의의 국제적 구속력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조지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10월14일 유엔 안보리가 회원국에 대해 대북 무기수출입 금지 등 재제결의를 채택한 지 불과 3개월 만인 지난 1월 에티오피아가 북한으로부터 비밀리에 무기를 사서 반입하도록 묵인했다.
신문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무기 밀매매를 허용한 이유는 소말리아 이슬람 무장세력에 대한 에티오피아의 군사공격이 이 지역의 종교 극단주의자들과 대립하고 있는 미국의 정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안보리 대북재제결의 채택 후 에티오피아 측은 아디스아바바 주재 미국 대사관에 북한무기 수입계획을 통보했다. 당시 에티오피아 측은 “우리도 거래처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거래허용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미 중앙정보국(CIA)은 1월 말 탱크 부품과 다른 무기 장비를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배가 북한의 항구를 떠났다는 것을 워싱턴에 보고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측은 에티오피아의 무기 수입을 막지는 않되, 추가 무기 구입은 하지 않도록 압박하기로 결론을 냈다.
무기 거래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미 행정부 관리에 따르면 에티오피아는 2001년에도 북한으로부터 2,000만 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구매한 것으로 파악되며 이번에도 비슷한 규모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정보기관들의 보고서에 탱크부품 등의 수송사실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미 국방부 일부 관리들은 이번 거래허용이 유엔 명백히 위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번 거래 허용은 이슬람 극단주의와 맞서 싸우는 한편, 핵무기 프로그램에 전용될 수 있는 북한의 돈줄을 막는 부시 행정부의 두 가지 완고한 외교정책의 충돌에 따른 타협”이라며 “‘9.11 테러’ 후 ‘테러와의 전쟁’을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설정하면서 부시 행정부는 비판을 살 만한 일부 동맹국들의 잘못을 용인하려는 태도를 보여왔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관련 사례로 중앙아시아의 인권탄압 및 아랍국가들의 민주화세력 탄압 등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대응을 꼽았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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