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는 한양대, 인하대와 함께 대학 배구의 명문이다.
한국배구의 미래로 불리는 거포 문성민과 센터 신영석, 세터 황동일 등 유망주가 즐비해 인하대와 함께 올해 대학배구를 주름잡을 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전남 해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국대학배구 춘계대회에서 경기대는 우승후보라는 예상과 달리 8일 예선 탈락했다.
예상 밖의 성적 부진보다 더 이상한 건 경기대가 감독 없이 경기를 치렀다는 사실이다.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이 모였다지만 감독 없이 훈련하고 작전 없이 경기에 나서니 성적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경기대가 감독 없이 대회를 치른 사연은 이렇다 .
지난해 12월13일 경기대 이경석(46) 감독은 제자 박충균의 장학금을 착복했다는 이유로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직위 해제됐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 감독은 박충균의 2005년 1학기 등록금을 자신에게 납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등록금을 가로챈 게 아니라 회식비로 받았을 뿐이다”고 주장했다.
수원지검은 이 감독을 사기죄로 약식기소했지만 수원지법은 지난 3일 통상절차(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약식기소될 경우 벌금형을 전제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도 되지만 통상재판에 회부돼 범죄사실이 드러나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법원이 벌금형으로는 처벌이 약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박충균의 어머니는 “어떻게 스승이 제자의 장학금을 건드릴 수 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경기대는 쉬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징계위원회를 열었지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리는데 그쳤다.
김기언 총무처장은 “이 감독이 어려울 때 성적을 잘 냈고, 개인이 쓴 것도 아니고 회식비로 받았다고 해명했다”며 얼버무렸다.
선수단은 지난해 12월부터 감독 없이 4개월을 허송세월했다. 스승이 제자의 장학금을 가로챈 믿을 수 없는 사건의 진위는 이제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경기대도 “선수를 볼모로 삼은 감독을 비호해서야 되겠느냐”는 배구계의 지적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된다.
이상준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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