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의 ‘망언’ 을 둘러싼 논란에서 정치권과 언론이 볼썽 사나운 꼴을 드러냈다. 강 위원이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 등과의 모임에서 대선과 관련한 ‘방송 전략’ 따위를 논한 것은 어떤 변명도 구차스러운 일탈이다.
따라서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몰래 녹음한 술자리 대화를 비평하는 언론과, 이를 국회에서 추궁한 정치권도 한쪽으로 편향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자세로 정치적 중립을 떠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
강 위원 발언은 아무리 사사로운 대화였다지만 자신이 애초 정치 중립과 거리 먼 인물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는 KBS 재직 시절 공영방송의 본분을 저버리고 정권을 추종한다고 신랄하게 비판, 주목을 받았다.
오로지 그 덕분에 한나라당 추천 방송위원이 됐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야당 대선후보 참모에게 갖가지 방송 대책을 피력한 것은 과거 비판적 자세가 진정으로 공영방송을 위하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인지 의심하게 한다.
이렇게 보면, 열린우리당과 진보 언론이 망언을 개탄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나라당이 사적 대화를 몰래 녹음한 행위의 부도덕성과 불법성을 먼저 시비하는 것이 옹색하게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탄핵사태 편파보도 논란에서 중립의무를 내팽개친 데서 보듯이, 방송위원회 구성자체가 정치적 중립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저마다 추천 정당의 ‘코드’를 추종하는 방송위원들이 대선 국면에서 누구와 은밀하게 ‘방송 전략’을 궁리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문제의 근본을 헤아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에 앞서 언론은 스스로 객관성과 중립성을 돌아봐야 한다. 문제 발언을 처음 보도한 언론비평전문지 <미디어오늘> 부터 신현덕 전 경인방송 대표가 몰래 녹음한 사실을 숨겼다. 미디어오늘>
그가 경인방송 분쟁과 얽힌 ‘미국 스파이’ 폭로 로 형사사건에 연루된 인물임을 알리지 않은 것은 공정한 객관보도 원칙을 악의적으로 어긴 것이다. 이런 왜곡된 자세로 다른 기관이나 개인의 정치 중립 등을 시비하는 것은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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