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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노 대통령 읽기

입력
2007.04.06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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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정치인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계기로 노 대통령의 이념적 정체성을 되짚는 논란이 이어진다. 그에 대한 이전의 고정관념으로 시장주의적 리더십을 해석하기가 어려워 생긴 인식의 전도 현상이다. 사실 논란이라기보다는 혼돈이나 혼란이라고 하는 것이 어울린다.

FTA에 대한 찬반 논란에 보수와 진보 사이의 이념적 평가가 깔려 있고, 이는 협정을 결단, 주도, 매듭 지은 노 대통령에 대한 찬반과 궤를 같이 한다. 일찍이 노 대통령은 “별 놈의 보수를 갖다 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진보 쪽으로 규정했었다.

과거사 정리에 대한 집착, 국가보안법 폐지, 사학법 개정, 분배 우위의 정책, 강남 대책으로 상징되는 부동산 정책 등으로 인해 노 대통령의 코드는 보수보다는 진보형으로 인식돼 왔다.

물론 이런 이념 기조로 설명되지 않는 ‘반 진보’형 정책이나 결정들도 있었지만, 보수 진영으로부터 받았던 거센 공격은 그를 진보주의자로 채색하는 기능을 했다. 얼마 전 ‘유연한 진보’를 내세운 진보 진영 비판도 보수의 입장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이념형 평가 잣대는 부적당

노 정권 출범 이후 격렬해진 보수_진보 논쟁이 진정한 이념적 내용과 가치를 담는 것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크다. 다만 상반되는 정치세력 간의 권력 다툼이 이런 틀로 진행된 현실 상황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10%대이던 노 대통령의 지지도는 한미 FTA 타결 직후 30%대로 수직 상승했다. 기존 지지기반의 이탈이 굳어지는 대신 반대 진영의 지지를 얻은 결과다. 한미 FTA는 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이념 논쟁 구도에 충격을 던졌다.

임기 말에 이르러 노 대통령이 지지도 관리를 위해 굳이 가치관과 이념을 달리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FTA에 대한 구상을 다지고 이를 공표한 게 이미 2005년부터이고 그 무렵과 이후에도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리더십에 대한 이념형 논란과 공격은 한창이었다. 지지도는 계속 내리막이었고, 거친 말투와 충돌형 스타일은 이를 재촉했다.

그러니 노 대통령에게 애초에 이념형 평가의 잣대를 갖다대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는 설명이 되지 않으니 실용주의라는 중립적 수사를 붙이든지, 아니면 아예 좌충우돌이라는 비난을 가하기까지 한다. 그는 교조적일 만치 강경 원칙주의를 내세우는가 하면 실리를 취할 때는 뜻밖에 유연하다.

진보와 보수가 정확하게 격돌하는 한미 FTA를 “정치의 문제도 아니고 이념의 문제도 아니고 먹고 사는 문제”라고 한 데서 노 대통령을 읽는 문법은 더 혼란스럽게 된다. 대통령의 국정이 궁극적으로 국민과 민생을 위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에서 당연한 말이다.

그럴수록 더욱 부각되는 것은 그의 기질과 성품이다. 지난 4년 노 정권에 따라붙은 비판 중 하나가 오만과 독선이었다. 오만의 긍정적 표현은 자신감이고, 독선의 다른 말은 고집, 또는 뚝심 쯤이다.

FTA 타결로 지지가 올랐으니 그의 기질에 대한 부정적 비난은 이제 긍정적 특성으로 바뀌어 불린다. 결단력 추진력 돌파력을 갖춘 선구적 리더십으로 노 대통령은 칭송된다. “노무현이 아니면 못할 일”을 노 대통령이 해냈다는 것이다.

●무당적 단임 대통령의 실적

그런데 이제 곧 그 돌파력으로 개헌안 발의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니, 그것은 정치의 문제인지, 이념의 문제인지, 먹고 사는 문제인지 다시 헷갈리게 된다.

사실 한미 FTA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중요하고도 유리했던 배경으로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무당적 대통령이었다는 점과 단임제 대통령에 재직 중이었다는 사실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개헌을 주장하면서 노 대통령은 단임제 하에서는 책임정치를 펴기 어렵다고 했지만 이번엔 그 반대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파란이 일 때마다 주장하는 노 대통령의 진정성은 어떤 문법으로 읽어야 하는 것인지 남은 임기 동안에도 지켜봐야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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