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한국에 미칠 파괴력은 한미 FTA를 능가한다. 한미 FTA보다 득(得)도 더 크고, 실(失)도 더 많다.
잘만 하면 한창 무르익는 시장을 활용할 수 있지만 자칫 농업의 피폐화, 산업공동화, 감당할 수 없는 구조조정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중 FTA는 시간을 두고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농수산업 피해 초토화 수준
중국은 동북3성(랴오닝, 지린, 헤이룽장)을 중심으로 농산물 작목 구조 및 소비 구조가 한국과 거의 같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한국과 똑같은 농산물을 생산하기 때문에 한중 FTA가 한국 농가에 미칠 파괴력은 더 직접적이고 위력적이다.
특히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농산물 교역에서 가장 중요한 신선도 유지를 염려할 필요가 없다. 가격에서도 중국 농산물은 한국을 압도한다. 중국 농산품의 가격이 대부분 한국의 3분의 1~4분의 1 수준이다.
이 때문에 한ㆍ중간 농업시장 전면 개방은 한국의 일방적 수입 구조를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농수산업 가운데서도 쌀, 수산물, 채소류 등의 순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에 대한 효과는 이중적
제조업만 보면 대체로 중국이 노동집약적인 반면, 한국은 자본ㆍ기술집약적이다. 때문에 한중 FTA가 체결되면 제조업의 명과 암은 극단적으로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섬유 가구 일반가전 등 한국이 중국에 비해 경쟁력 열위에 있는 노동집약적 산업은 대규모 퇴출과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최근 수년간 중국 기업의 약진으로 한국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이 있었지만 FTA가 체결되면 더 파괴적 수준의 퇴출과 실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FTA로 한국기업의 중국 투자환경이 크게 개선되면서 국내 기업의 중국행이 잇따라 국내 산업 공동화가 전례 없이 가속화할 수 있다.
중국에 비해 경쟁 우위를 갖고 있는 자동차, 철강, 정보기술(IT), 제약 등의 고부가가치 산업은 13억 인구의 신시장을 얻을 수 있다.
무역연구원 정재화 FTA팀장은 “한중 FTA가 한국에 미칠 구조조정 효과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미 FTA보다 훨씬 크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은 한미 FTA 이상의 이득을 볼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보다 더 많은 준비 필요
지난해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가운데 71.3%가 한중 FTA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시장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대외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중 FTA가 발효되면 대중국 수출은 55억~65억 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미 FTA의 수출 증대 효과보다 크다.
그러나 수입 증가분 역시 58억~142억 달러로 한미 FTA보다 많다. 즉, 한미 FTA보다 수출입 증대 효과가 더 커져, 기회도 더 크고 위기도 더 많다는 의미다. 한미 FTA보다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외경제연구원 이장규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중국 산업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산업을 빠른 속도로 고부가가치 쪽으로 재편해야 한중 FTA를 해도 얻을 게 더 많아진다”며 “농업은 한국측의 일방적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개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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