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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물, 막지 못하면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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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물, 막지 못하면 돌려"

입력
2007.04.0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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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유입을 막는 것으론 부족하다. 물의 흐름을 바꿔라!”

‘바다 밑의 나라’ 네덜란드가 다시 한 번 물과의 싸움에 나섰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지면 침수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자 네덜란드 정부가 이번엔 수로 자체를 바꿔버리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AP 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환경계획국은 5일 북해로 흘러나가는 라인강의 일부 수로를 해안쪽으로 갈수록 땅이 높아지는 내륙 북부의 에이셀 호수 방향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네덜란드는 인구의 3분의 2가 국토의 절반에 달하는 해수면보다 낮은 땅에 살고 있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로 지금보다 해수면이 더 높아지면 라인강이 북해로 흘러나가지 못해 국토가 침수되는 상황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안네케 우스터휘스 환경계획국 대변인은 “현재 강물이 해안도시인 회크 반 홀란드의 바다와 만나는 지표면의 높이가 너무 낮다”며 “해수면 상승으로 온 국민이 강물을 퍼올려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후 모델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라 독일 라인강 지역에 집중호우가 훨씬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네덜란드의 근심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네덜란드의 해수면은 지금보다 약 1m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바다를 막는 벽을 형성해 주고 있는 사구와 제방, 댐들이 지구온난화가 야기하는 해수면 상승을 버텨내기에 충분히 튼튼하다고 보고 있다. 네덜란드의 걱정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갑작스런 수량 증가로 범람할 우려가 있는 강이다.

독일의 라인강은 네덜란드로 들어온 후 세 지류로 갈라진다. 강물의 3분의 2는 왈강까지 서쪽으로 흘러 북해로 빠져나가고, 다른 하나는 약간 북쪽으로 위트레흐트와 암스테르담을 향해 아치형을 이루며 흐른다. 나머지 하나는 수량이 전체의 약 9분의 1에 불과한 가장 작은 지류로, 에이셀강을 따라 북쪽으로 흘러 에이셀호와 만난다.

환경계획국의 이번 제안은 라인강 수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앞의 두 지류가 해안으로 갈수록 땅이 높아지는 에이셀호 쪽으로 흐를 수 있도록 수로를 변경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라인강의 유량이 적은 에이셀강의 수로를 넓히면서 지면이 해수면보다 높은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이용하자는 것이다.

북해 후미의 에이셀호는 1932년 조이데르해(海)를 제방으로 막아 만든 호수로, 댐을 세워 북해의 물을 막은 이 공사는 기술공학의 경이로 불리고 있다. 원래 호수였던 조이데르해는 북해의 물이 넘쳐 들어와 바다가 됐고, 1932년 제방이 완성되면서 에일셀호로 이름이 바뀌었다.

환경계획국은 정부의 치수 정책을 조언하는 자문기구로, 계획국의 권고는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우스터휘스 대변인은 “이번 계획은 공포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과 타협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가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적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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