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놓고 한미 양국 간에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듯한 양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측은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반면 농림부는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결론이 나오더라도 8단계 위생 검역 절차를 밟아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이 혼선의 발단이다. 절차를 엄격하게 지킨다면 쇠고기 수입이 마냥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주장대로 쇠고기 위생 검역 문제는 FTA 논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이 협상에 연계하면서 최대 장애물이 됐다. 이 문제로 결렬 위기까지 갔으나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 구두 약속을 하는 선에서 매듭지어졌다. 미국 입장에서는 노 대통령의 약속이 사실상 협정문에 준하는 무게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국제수역사무국의 권고를 존중해 합리적 수준으로 개방하겠다는 의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합의에 따르는 절차를 합리적인 기간 안에 마무리할 것이라는 점을 약속으로 확인해 주었다”고 공개했다.
쇠고기 시장은 이미 개방돼 있다. 다만 미국산의 경우 광우병 문제로 수입을 금지해오다, 30개월 이하 뼈 없는 쇠고기에 한해 수입이 허용됐다. 미국은 OIE로부터 광우병 통제국가 판정이 나오면 뼈 있는 쇠고기까지 수입하라는 요구였다. 이에 대해 대통령이 ”합리적 수준에서, 합리적 기간 안에 개방하겠다‘고 약속했으니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두 나라가 새로운 경제적 동맹관계를 시작하는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미국이 쇠고기 수입 재개를 문서로 약속하도록 끈질기게 요구한 배경에는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뼛조각 하나를 이유로 수입된 쇠고기 전량을 반송한 사건의 후유증이다. 매일 식탁에 오르는 수입쇠고기에 대한 위생검역은 철저해야 한다. 그러나 검역을 철저히 하면서도 정부가 하기에 따라서는 기간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쇠고기 수입문제는 감정을 배제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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