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사 EMI가 초저가 박스 세트를 수입해 출시했다. ‘EMI 콜렉터스 에디션’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세트는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3종류이며, 각 세트는 50장씩의 CD로 구성됐다. 소비자가는 7만원대으로 장당 1,000원이 조금 넘는 수준. ‘땡처리’라 할 만큼 파격적인 가격이다.
1980, 90년대 음원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수준이 낮지는 않다. 다니엘 바렌보임, 예후디 메뉴인, 베를린 필, 빈 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피셔 디스카우 등 세계적인 연주자와 앙상블이 녹음한 것들이다. 메이저 음반사가 이런 초저가 세트를 낸 것은 처음 있는 일. 당연히 반응은 폭발적이다. 1차분은 이미 매진됐다. 다음달에는 소니BMG도 60장짜리 세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싼 값에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소비자들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지만, 음반사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 클래식 음반 시장의 침체로 신보 판매가 저조하다 보니 신보를 제작하기보다는 기존에 보유한 음원들을 활용해 음반을 내놓는 것이다. 새로운 스타가 나올 확률도 그만큼 낮아지고, 공연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음악 칼럼니스트 이재준씨는 “시장이 축소된 상황에서 음반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해 신보 판매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측면이 커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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