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6일 발표한 2008학년도 입시안의 가장 큰 특징은 ‘수시모집 비중 강화’다. 전체 선발인원의 55.7%를 특기자전형이나 지역균형선발전형 등을 통해 뽑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시모집(44.3%) 선발 인원을 처음 뒤집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내신 성적 등 교육인적자원부가 제시하는 전형 요소를 활용하는 정시모집 보다 자체적으로 마련한 전형요소를 통해 우수 학생들을 뽑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대입 ‘3불 정책(본고사ㆍ고교등급제ㆍ기여입학제 금지)’이라는 틀을 어길 수 없는 국립대의 벽을 수시모집 적극 활용으로 넘어서겠다는 포석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입시안에는 과학고 학생들을 겨냥한 흔적이 뚜렷하다. 벌써부터“사실상 과학고 학생들을 위한 전형”으로 불리는 자연계 특기자전형 선발 인원은 지난해 488명에서 627명으로 늘어났다.
1년 사이에 139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자연계 전체 선발 인원 1,677명 중 37.3%에 해당한다. 자연계 학생 10명 중 4명 가량은 특기자 전형으로 선발하는 셈이다. 또 지난해까지 자연계 재수생에게는 특기자전형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했던 방침을 바꿔 올해부터 자연계 재수생들도 특기자전형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자연계열의 우수 학생을 다른 경쟁 대학에 빼앗기고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B 과학고 진학담당교사는 “최근 몇 년 동안 과학고 학생들이 서울대 대신 포항공대나 KAIST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면서 “이번 결정은 서울대가 본격적으로 과학고 학생들을 붙잡겠다고 나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입시전문가들은 특히 고려대와 연세대 등이 최근 수능 성적만 가지고 학생들을 뽑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특목고 학생 붙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서울대의 선택을 부채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도 “대학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무엇보다 좋은 인재를 뽑아야 하는 것이 대학들의 지상 과제”라면서 “특히 이공계의 경우 과학고 출신을 많이 뽑고 싶은 것은 어느 대학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대 입시안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과학고 등 특목고 가기 열풍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한 고교 진학담당교사는 “서울대에 진학하려면 일단 특목고를 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지 않을 지 걱정”이라며 “일종의 ‘안전지대’ 역할을 하는 특목고 진학을 위한 초ㆍ중학생들의 입시열기가 더욱 과열될게 뻔하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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