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마천행 5525열차 운행하는 도시철도공사 기관사 이동진입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승객들 사이에 유명 방송인으로 뜬 기관사 이동진(38)씨의 첫 멘트다. 하루 8차례 전동차 운전을 하는 이씨는 작년 6월부터 ‘지하철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1분30초의 짧은 방송이지만 승객들은 그의 목소리를 통해 삶의 지혜와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듣고 짧은 사색에 빠진다.
이씨는 1995년 도시철도공사에 입사한 후 줄곧 정보통신 분야에서 일해오다 지난해 5월 전환교육을 받고 기관사가 됐다. 기관사가 되자마자 이씨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승객들을 보며 따뜻한 말마디라 해주고 싶어 틀에 박힌 멘트 대신 자신이 준비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선배 기관사인 조현식(42)씨가 아침마다 색다른 방송을 하며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있는 모습도 그가 지하철 방송을 한 계기였다.
방송 내용은 다양하다. 일기예보에서부터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선발과 박태환 선수의 금메달 획득,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등 승객들에 힘이 될 만한 소식이면 모두 방송의 소재가 된다. 때로는 유명 경구와 시도 들려준다.
방송 구간도 정해져 있다. 강서지역에서는 오목교역~양평역 사이에서, 강동구간은 군자역~장안평역 사이다. 이씨는 “이 구간이 소음이 제일 적어 승객들이 방송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시간대별로 주제를 차별화해 출근시간에는 주로 활기찬 소식을 다루고 주부나 노인 승객이 많은 낮에는 가족과 관련된 훈훈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프로’기도 하다.
이씨는 “어두 컴컴한 땅속에서 전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승객들이 내 방송을 듣고 좋아하는 걸 보면 쌓인 피로가 확 풀린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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