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런 상황이 닥쳐도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지난달 17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주상복합건물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인부 11명을 구조한 불법체류 몽골인 4명이 6일 다시 현장을 찾았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을 구한 이들의 공로를 인정해 합법체류 자격을 주기로 한 법무부가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4명과 함께 현장검증에 나선 자리다.
몽골인 4명은 인부들을 살려내던 상황을 생생하게 재연했다. 이들은 먼저 리프트를 타고 이 건물 30층 옥상으로 올라 갔다. 옥상에서 임시시설 해체작업을 하던 이들은 옥상 출구로 시커먼 연기가 계속 새어나오는 순간 불이 났음을 알았다. 까맣게 그을린 벽면이 당시 참혹함을 대변했다.
한국에 온 지 8년 됐다는 파타(36)씨는 “시커먼 연기가 마구 피어 오르고 ‘쿵쿵’ 하면서 무너지는 소리가 계속 들렸지만 연기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다급했던 상황을 전했다. 곰보수릉(26)씨도 “아래층 여기저기서 살려 달라는 비명이 들렸다”고 말했다.
구조는 몽골 소방관 출신인 바트델게르(37)씨가 주도했다. 그가 옥상으로 데리고 온 인부들은 나머지 3명이 응급조치를 했다. “무섭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살려 달라는 소리를 듣고 어떻게 외면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곰보수릉씨는 합법체류 소감을 묻자 “전엔 불법 체류자라 아플 때도 병원에 못 가고 꾹 참고 일만 했다.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바트델게르씨도 “제주도 등 맘껏 여행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구조 활동 당시 유독 가스를 많이 마셔 응급실로 실려 갔지만 강제추방 등의 불이익을 우려해 병원을 빠져 나와 숨어 지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이경진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