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잔다르크의 유골과 성물(聖物)이 가짜인 것으로 판명됐다.
프랑스, 스위스 등의 연구진 20여명으로 구성된 국제 법의학 연구팀은 5일 “프랑스 중서부 시농의 한 박물관에 안치된 잔다르크의 유골을 첨단 과학기술로 분석한 결과, 기원전 3~6세기 이집트 미라의 유골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유골과 함께 발견된 아마(亞麻) 실로 짠 리넨 조각과 고양이 넓적다리뼈도 같은 시기의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과의 백년전쟁에서 위기에 빠진 프랑스를 승리로 이끈 잔다르크는 1430년 영국군에게 잡힌 후 이단으로 몰려 이듬해 3월30일 열아홉 나이로 노르망디 루앙에서 화형당했다.
한 줌의 재로 변해 센강에 뿌려진 것으로 알려진 잔다르크의 유골이 발견된 것은 1867년 파리 시내 한 약국의 다락방. “오를레앙의 성녀(聖女) 잔다르크의 화형주(火刑柱ㆍ화형 때 썼던 나무 기둥)에서 발견된 유물들”이라는 비문이 새겨진 항아리 안에서 검게 탄 갈비뼈와 길이 15㎝ 정도의 리넨 천, 고양이 넓적다리뼈 등이 나왔다.
고양이 뼈는 마녀사냥 때 불타는 장작더미 위로 고양이를 던지던 중세의 관습과 일치하는 것으로 신빙성을 더해줬다.
그러나 당시 영국이 잔다르크 숭배를 부추길 수 있는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기 위해 완전히 재가 될 때까지 두 번 이상 불태워 센강에 버릴 것을 명령했다는 점에서 이 유물들에 대한 의구심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연구진은 향수 전문가들의 예민한 후각까지 동원해 유물들에서 나는 바닐라향을 포착, 유골이 가짜라는 결정적 단서를 잡았다. 바닐라 분자는 시체가 썩을 때 만들어지는 것으로 미라에서는 가능하지만 불에 탄 시체에서는 발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팀을 이끈 필리프 샤를리에 교수는 “가루로 빻은 이집트 미라는 중세 시대 이후 복통과 혈액질환의 특효약으로 쓰였기 때문에 당시 미라 수입이 적지 않았다”며 “잔다르크의 가짜 유골이 만들어진 것은 그를 성인 반열로 끌어올리려는 종교적 의도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가짜 유골의 발견에 힘 입어 잔다르크는 1920년 성인으로 시성(諡聖)됐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4일 발매된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실렸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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