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TV 컨소시엄에 대해 방송위원회가 5일 조건부 허가추천을 의결함으로써, 장기 표류하던 경기ㆍ인천 지역지상파TV방송 재개가 탄력을 받게 됐다.
이면계약을 통한 방송법상 지분율 초과, 대주주의 미국 스파이 활동설 등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방송위가 허가추천을 한 것은 “더 이상 1,300만 지역 주민의 시청주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여론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04년 12월31일 구 경인방송(iTV)의 마지막 방송 이후, 경인지역은 800일 넘게 지역지상파TV방송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이에 경인지역 400여개 시민ㆍ사회단체는 지난해 7월 ‘경인지역 새방송 창사준비위원회’를 구성, 방송위를 압박해 왔다.
창준위는 “경인TV의 허가추천 지연은 방송위원들의 무소신ㆍ무능력ㆍ무책임 때문”이라며 “한 개인에 대한 의혹 때문에 5개월 넘게 단순한 행정절차(허가추천)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폭거”라고 주장해 왔다. 2년 넘게 실직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희망조합(구 iTV노조) 조합원들의 분노도 한계에 달했다.
이훈기 희망조합 위원장은 “방송위원들의 시간끌기 때문에 경제적 파산상태에 놓인 조합원들이 부지기수”라며 “50여 조합원의 생계를 파탄나게 한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주주인 영안모자를 둘러싼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았고, 방송위도 ‘조건부’ 허가추천임을 분명히 하고 있어 사업이 틀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의 미국 스파이 의혹과 관련, 검찰수사과정이나 정치권에서 실체가 드러날 경우 경인TV는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백 회장에 대한 정치권 일각의 혐오감, CBS 등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주주들 간의 갈등도 여전히 폭발성을 내재하고 있다.
지분율 이면계약 등 위법사항이 확인될 경우 사업자 선정부터 다시 하는 최악의 사태도 나올 수 있다. 설령 이런 모든 것들이 순조롭게 해결된다 하더라도 허가과정에서 체력과 시간을 낭비하느라, 정작 방송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아 경인TV가 시청자들을 만날 때까지는 너머야 할 산이 많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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