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컨설턴트로 세계적 명성이 높은 일본의 오마에 겐이치 박사가 국내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마냥 들떠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자축은 딱 2주일만 하고 곧바로 현실로 돌아가라"고 쓴 소리를 했다.
미국과의 FTA가 저성장을 치유하고 선진국으로 가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기업의 경영능력을 쇄신하지 않는 한 모든 것은 헛소리라는 것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효과가 의문이라거나, 미일 FTA 없이도 일본차가 미국시장의 30%를 점했다며 한미 FTA의 의미를 짜게 평가하는 그의 말이 언짢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가 마치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모양이 그의 눈에 꼴 같지 않게 비쳤던 것은 분명하다. "기업은 FTA가 없던 기회를 제공해줄 것으로 막연히 바라지 말고 고객을 만나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노력으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충고가 나온 이유다.
그가 제안한 전략은 '하이 콘셉트(High Concept)' 경영론이다. 신개념 휴대폰과 MP3 플레이어를 만든 미국의 애플이나 동작인식 비디오게임기를 내놓은 일본의 닌텐도처럼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상품, 즐기고 공감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한 핵심 키워드는 '신사고형 인재 선발'이란다. 얼마 전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이 주창한, 지식과 교육을 중요시하는 '하이 로드(High Road)' 전략과 비슷한 개념이다.
너무 추상적이어서 말장난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겨우 무대만 차렸을 뿐이고 '흥행'이 성공할지 참패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데도 '선진화 고속도로' 운운하며 김칫국부터 마시는 행태를 꼬집고 기업이 살 길을 제시한 것은 잘 새겨야 한다.
한국과 미국이 '이익의 균형'을 맞춘 결과를 도출했다고 해도, 새로운 시장과 고객에 적응하지 못하면 균형이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가든 기업이든, 냉정한 위기의식으로 무장하지 않는 한, 기회의 땅은 결코 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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