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
저작권 보호기간이 저자의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되면서 번역도서 출판 비율이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23%)에 달하는 우리 출판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러나 출판계 내부에서는 한미 FTA 타결을 계기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국내 작가를 발굴하고, 휴대폰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독자를 확대하는 등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출판은 책 한 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문화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며 "문화속국이 되지 않도록 휴대폰의 활용 등 '원 소스 멀티 유스'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작가의 저작권 보호 기간도 길어지는 만큼, 이번 협상을 한국 작품의 해외 번역 활성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까지는 한국 문학을 알리는 초기 단계라 낮은 수준의 로열티를 받고 있지만, 20년의 유예기간을 잘 활용하면 한국 작품 번역의 호기(好機)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작가의 사망연도별 데이터베이스 구축, 미국 대형 출판사와의 네트워크 강화 등도 당면 과제다.
윤부한 한국문학번역원 교류협력팀장은 "지금까지는 상업성보다는 문학성에 주안점을 두고 작품을 선정, 번역했다"며 "한미 FTA의 산업적 측면을 감안해 앞으로는 현지 시장에서 많이 읽힐 수 있는 작품의 번역 작업을 활발히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화
때가 좋지 않다. 하필이면 한국영화가 위기라고 느끼는 시점이어서 심리적 충격은 더 크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투자 위축의 가속화. 그것이 제작 감소로 이어져, 한국영화는 역동성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한국영화 투자위축은 지난해 제작과잉과 작품의 질 저하, 그에 따른 흥행부진으로 무려 1,000억원(전체 투자의 20%)가까운 손실을 본 것이 1차 원인. 그 후유증은 지난달 시장점유율이 30%가 말해 주듯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 현행유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말로만 '현행유보만은 막겠다'고 한 문화관광부는 재빨리 '돈' 얘기부터 꺼냈다. 5년간 30개 조합을 결성해 300여편에 투자하고, 200억원으로 예술독립영화를 지원하고, 예술영화전용관을 70개로 늘리고, 120억원으로 해외진출전략센터까지 만들겠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부율도 조정하고, 극장의 횡포도 막아주고, 부가시장도 키워주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영화인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준동 부회장(나우필름대표)은 "이 돈의 절반(2,000억원)을 극장에서 거둬서 조달하겠다는 발상부터가 한심하다.
그 돈은 그냥 두어도 영화에 투자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극장 부율조정이나 부가시장확대 등도 스크린쿼터와 상관없이 이미 지난해 초부터 영화인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위해 산업합리화 과제로 추진해온 것을 정부가 지원책인양 생색을 내고 있다는 것.
결국 지난달 30일 발족한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영화인협회', 곧 당사자들의 합의로 발표할 '제작 합리화와 제작비 줄이기'처럼 영화인들 스스로 작지만 탄탄한 작품으로 고삐 풀린 할리우드 공룡에 대항하는 수 밖에는 없다. 한국영화는 다시 광야에 섰다.
방송
FTA 타결로 1,600만 가구가 가입한 유료방송 시장은 사실상 타임워너, ESPN, MTV 등 미국의 거대 미디어기업에 전면 개방됐다.
몇 해 안에 <프리즌 브레이크> 나 <섹스 앤 더 시티> 같은 인기 ‘미드(미국드라마)’가 미국과 시차 없이 한국 안방에서 방송될 전망이다. 밀려오는 미국 미디어자본의 공세 앞에서, 한국의 유료방송업계가 살 길은 무엇일까. 섹스> 프리즌>
박원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부회장은 ‘콘텐츠활성화 특별법’(가칭) 제정을 제안했다. 그는 “국내 채널사용사업자(PP)들이 미국의 공룡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경쟁력이 필수적”이라며 “제작인프라 구축, 소재 개발, 프로그램 인력 양성 등을 지원할 정부차원의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FTA가 국내 PP시장이 경쟁력 있는 5, 6개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 중심으로 개편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PP업계는 입장에 따라 FTA를 바라보는 시각이 갈린다. 최대 MPP인 온미디어 관계자는 “더빙방송 허용 등 민감한 사안을 비켜가 그나마 다행”이라며 “자체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 미국 기업들과 정면 승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기업에 콘텐츠의 대부분을 의존하던 중소 PP의 위기감은 심각하다. 미국 기업들이 콘텐츠 판매가를 높이거나 국내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 직접 제휴하려는 움직임이 벌써부터 감지되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업계가 입게 될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겠지만, FTA 충격을 방송시장의 비효율성을 걷어내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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