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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스타일링의 최대 승부처 '각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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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스타일링의 최대 승부처 '각선미'

입력
2007.04.05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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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뤼겔이라는 유명한 복식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패션이란 결국 인체의 어떤 부위를 강조해서 에로티시즘을 발산하는가의 문제다.” 그 말을 100% 받아들인다는 전제 아래, 봄 당신이 신경 써야 할 신체부위는 단연 다리다.

인어공주가 목소리(말)를 버리면서까지 얻고자 했던 아름다운 다리가 미니 바람과 겨울부터 지속되고 있는 스키니 진의 인기속에 스타일링의 최대 승부처가 됐다.

올 봄 미니 바람은 거의 메가톤 급이다. 지난해 본격화한 미니멀리즘 트렌드가 패션 전반에 강력한 자장을 형성하면서 치마든 바지이든 ‘짧은 것이 아름답다’고 외친다. 캐주얼브랜드는 물론 30대 중후반을 겨냥한 디자이너 브랜드에서조차 무릎위로 한참 올라가는 미니 원피스를 내놓고 있다.

바지 쪽도 예외는 아니다. ‘한뼘 바지’라 불러 무방할 반바지가 트렌디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몸에 착 달라붙는 스키니 팬츠는 치마 차림 보다 더 하체의 곡선을 강조한다.

패션의 관심이 다리에 집중되는 것은 물론 미니멀 패션의 탄생기였던 1960년대 식 복고 열기와 관련이 깊다.

패션사상 최초로 영파워가 강력한 소비군으로 부상하고, 우주개척과 함께 미래주의(퓨처리즘) 패션이 급부상한 시대다. 런던 디자이너 마리 콴트가 처음 미니스커트를 내놓고, 가수 윤복희가 미니 차림으로 귀국 비행기 트랩에서 내려 순박한 국민을 깜짝 놀라게 한 시대이기도 하다.

최근의 번쩍이는 메탈 소재들이나 미성숙한 소녀 느낌의 짤막한 미니원피스, 바닥에 착 붙는 플랫슈즈, 이혜영부터 김혜수 강수연 한가인에 이르기까지 TV브라운관 스타들의 머리를 장식한 보브 스타일 단발 등은 모두 이 시대의 향수에서 비롯한다.

다른 해석도 있다. 패션 칼럼니스트 조명숙씨는 “적어도 국내의 미니 바람에 관한한, 다리 만큼은 진본(眞本)에 가깝다는 점에서 또 다른 차원의 패션을 통한 차별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쌩얼(맨 얼굴)’이나 ‘직찍(디지털카메라로 직접 찍은 사진)’ 처럼 인위적인 조작 없이 있는 그대로를 주장하는 용어 조차 사실은 고도의 화장법이나 의도된 연출이기 십상이지만 각선미 만큼은 조작이 쉽지 않다. 자연히 아름다운 몸이 권력이 되는 시대에 차별화 욕구를 채우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배경이야 어떻든, 하체에 쏠리는 관심은 패션업체들에게는 또 다른 마케팅 포인트를 제공한다. 우선 스타킹과 레깅스 제조업체들이 반긴다.

미니원피스가 유행하다 보니 수요 자체도 많지만 지나치게 짧은 길이를 보완하고자 흰색 미니 스커트에 검정이나 보라색 등 유색 스타킹과 레깅스를 매치하는 것이 세련된 옷차림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존재감이 크게 살아났기 때문이다.

비비안 디자인실 우연실 실장은 “미니 특유의 발랄하고 어린 느낌부터 짧아도 여성스럽고 클래식한 치마까지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면서 다리패션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올해의 유행은 퓨처리즘 트렌드에 맞춰 메탈 원사를 사용, 번쩍이는 효과를 낸 펄 스타킹과 발목 부위에 큐빅으로 나비나 꽃 무늬를 넣은 제품들이다.

진 업체들도 발걸음이 재다. D2K진은 ‘배스키(Basky)’라는 이름의 변형된 스키니 진으로 다리패션에 도전한다. 허리와 엉덩이, 허벅지는 다소 헐렁한 느낌의 배기(Baggy) 스타일이고, 무릎부터는 다리에 착 달라붙는 스타일을 일컫는다.

언뜻 승마바지의 축소판 같은 느낌. 브랜드 디렉터 최유정씨는 “배기의 장점인 엉덩이와 허벅지의 자연스러운 여유와 스키니의 장점인 날씬하고 곧게 뻗은 다리의 선을 결합했다”며 “몸매를 커버하는 한편 드러내는 이중적인 스타일로 하체가 길고 가늘어 보인다”고 말한다.

리바이스는 지난해 인기를 모았던 스키니 진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색상을 더 짙게 한 ‘다크 스키니 진’을 내놓았다. 물 빠짐 처리 없이 어두운 색상을 입혀 시각적으로 날씬해 보이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어제(5일) 폐막한 2007/2008 추동 서울컬렉션은 미니와 스키니 팬츠의 유행, 그로 인한 하체에의 관심이 비단 봄여름뿐 아니라 가을에서 겨울로 계속될 것을 예고했다. 다리에 자신 없는 여성이라면 갈수록 따스해지는 봄볕 만큼이나 유행의 무심함이 야속할 법도 하다. 그러나 어쩌랴, 인어공주의 슬픈 종말이 그나마 위로가 될 수 있을지.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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