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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개방=선진국 보증수표' 환상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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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개방=선진국 보증수표' 환상 버려라

입력
2007.04.0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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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2030 보고서

한미 FTA 타결을 계기로 국가 성장 전략의 새 틀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방 자체는 한국경제 재도약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개방은 선진국 경제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요인임에 틀림없지만 세계 각국의 사례를 보면 개방에 적극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대외의존적 경제와 경직된 노사관계 때문에 개방이 오히려 경제 후퇴를 심화 시킨 경우도 많다.

5일 한국개발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등 ‘비전2030 민간작업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의 선진국들은 개방 전략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노ㆍ사ㆍ정간의 상생적 체제와 각국의 특성에 맞는 산업 육성에 역점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국가들은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인재양성에 집중 투자하면서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키우는데 주력했다.

자체 성장동력 없는 개방은 대외의존 심화로 이어져

자체 산업 경쟁력이 없으면 개방은 대외의존적 경제만 구조화시킬 뿐이다. 1998년 1인당 국민소득 8,280달러를 달성한 이후 계속 침체를 보이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농업 기반 경제를 제조업 기반으로 전환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개방했다.

수입 대체를 위한 산업화 전략에 실패하고, 인기영합주의 정책이 만연한 가운데 시행된 개방은 과도한 대외부채 등 경제 위기 가능성만 초래했다.

국민소득 1만 달러를 1만5,000 달러로 올리는데 10년이나 걸린 스페인 역시 영세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 위에서 개방 정책을 실시하는 바람에 외국 자본에 의존적인 경제구조만 고착화시키며 해외 발(發) 경제위기 가능성만 높였다.

반면 아일랜드는 투자개발청에 외국기업 유치를 위한 전권을 부여하는 등 대외 개방에 주력하면서도, 자체 정보기술(IT)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네덜란드는 시장 개방을 국가생존전략으로 삼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물류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산업구조나 국가 특성이 달라 이들 나라를 한국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성장전략 없는 개방은 대외의존의 심화만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노사안정이 성패를 갈랐다

노사간 상생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지역을 불문하고 선진국으로 가는 비결이었다. 강성 노조 때문에 효율성 저하에 직면했던 영국은 대처 집권 이후 노동유연화 정책을 통해 경제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일랜드도 1987년 이후 5차례에 걸친 사회 협약을 통해 노사관계를 안정화시키면서, 1인당 국민소득을 서유럽 국가 가운데 최단 기간(13년)에 3만 달러로 만들었다.

노조의 영향력이 큰 룩셈부르크도 경제위기 때마다 노사정간 합의를 통해 산업구조조정에 성공했다. 네덜란드는 1970년대 말 11%에 달하던 고실업 등의 난관을 ‘바세나 협약’으로 유명한 노ㆍ사ㆍ정 합의로 해결했다.

반면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은 강력한 노조와 종신고용 등의 경직적인 노사관계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김도훈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게 되면 분배 요구가 증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노ㆍ사ㆍ정간 상생은 지속 성장 여부의 결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경제모델은 달라도 규제 완화, 교육 투자는 일치

영미식 시장경쟁 모델이든, 북유럽식 복지모델이든 경제모델을 불문하고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은 일치했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사회보장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기업의 법인세를 면제하고 연중 무휴 행정서비스를 도입했다. 대신 개인소득세를 중과세하면서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했다.

노르웨이 역시 1980년대부터 규제완화, 법인세 감세를 실시하는 한편, 중등교육에서부터 도제제도를 도입했다. 반면 1995년 1만 달러 돌파 후 정체를 보이고 있는 포르투갈은 국내총생산의 22%를 공공부문이 장악하고, 임금은 낮고 생산성도 떨어지는 인력구조로 고부부가치 산업 육성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가 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이시욱 연구위원은 “선진 사례를 보면 준조세 감축 등 기업환경 개선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소득격차를 해소하면서 장기적인 성장의 기반을 다져왔다”며 “제도와 관행, 교육 등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자원이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흐르면서 FTA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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