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이용하면서 특정 검색어를 '미친 듯이 클릭'하는 행위를 '광클'이라고 부른다. '미칠 狂'과 '클릭'을 합성한 조어다. 지난 2월 15일 유명한 탈주범 신창원이 한 인터넷 사이트의 검색어 1위로 오르는 바람에 일반의 폭발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그날 새벽 인터넷 채팅 중 '신창원을 검색어 1위로 만들자'는 한 네티즌의 제안에 동조자들이 광클을 퍼부어 불과 몇 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일종의 장난을 친 셈인데, 자신들의 뜻대로 일을 이루자 이들은 2월 15일을 '대첩'으로 부르며 자축했다고 한다.
■ 당시 이 사건은 인터넷 상 여론 조작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실증한 사례로 경계를 불렀다. 상업적으로는 물론 정치 사회적 이슈가 특정 목적에 따라 이용되고 왜곡될 수 있음을 널리 알렸다. 광클은 실시간 검색 1위가 되는 자체로 주목을 끌게 되고 이는 정보 가치를 높여 여론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만들게 된다.
선거 과정에서 이는 더 민감하다. 인터넷 미디어를 타깃으로 정해 인신공격이나 네거티브 폭로를 광클 방식으로 조작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 미디어 선거의 관점에서 1997년 대선이 후보자 토론을 중계한 TV선거였다면, 2002년 대선은 인터넷 선거로, 다가올 17대 대선은 포털과 UCC(사용자제작 콘텐츠)가 주도할 선거로 꼽힌다.
이미 일상 생활과 사회 활동에 깊숙이 자리잡았지만 포털과 UCC가 발휘할 부정적 영향력을 따지고 경계하는 일은 아무리 지나쳐도 모자라지 않는다.
인터넷 상에 폭발적으로 유통되는 UCC가 새로운 미디어 형태로 각광 받는다지만, 동영상 UCC의 80%가 불법 저작물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생산적이고 정상적인 기능으로 자리잡기는 쉽지 않다. 뉴스를 다루는 포털 역시 언론 관련 법규의 적용을 벗어나 자의적 편집이나 편파적 의제설정 등 잠재적 불법성을 갖는 것으로 지적된다.
■ 그러나 인터넷이 갖는 효율성 생산성은 활용을 넓힐 속성이지 배제할 성질은 아니다. 가령 지난 대선에서 온라인을 통한 선거예측조사는 출구조사나 전화여론조사의 결과와 비교해 결코 오차가 크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온라인 조사는 오히려 다른 조사에 비해 신속성 대규모성 경제성 등 특유의 기능적인 장점을 지닌다.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 광클도 여론의 반영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찬반의 광클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이 문제만큼은 덮어놓고 한쪽에 쏠릴 일이 아니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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