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한(10일)을 계기로 해ㆍ공군 핫라인과 합동 해상 구조훈련 등의 군사협조체제가 마련될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과 항공기 사고 등에 대비한 초보적 협력수준이지만, 두 나라 안보관계의 변화를 알리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나아가 동북아 전략구도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런 만큼 우리 안보와 주변정세 안정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협력관계를 조정, 발전시켜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국과의 교류ㆍ교역이 날로 늘어나는 데 비춰 군사 핫라인 설치는 바람직한 일이다. 선박 항공기 사고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양경찰이 맡고 있는 불법조업 어선과 밀수ㆍ밀입국 선박 단속과정에서 우발적 군사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요긴하다. 실제 위기상황에서 직접 마주치게 될 두 나라 해군의 합동훈련은 협조체제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현실적 필요를 넘어, 중국과의 군사협조는 미국과 중국 두 축이 맞선 형국의 동북아 전략구도에서 대결양상의 완화를 모색하는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한미 군사동맹을 통해 미국 중심 축에 속해 있지만, 경제분야를 비롯한 독자적 국익을 위해서는 중국과의 호혜적 협력과 주변정세 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처지다. 또 이를 통해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기반을 쌓아가야 한다.
중국의 급속한 군사력 확장을 경계하는 '중국 위협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협조관계를 갖는 것은 한미 동맹을 해친다고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 패권을 다투는 듯한 미국도 경제뿐 아니라 군사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또 동남아 여러 나라도 미국과의 동맹 여부를 떠나 중국과 군사협력을 늘리고 있다.
이런 양상은 미ㆍ중 두 나라의 패권 다툼이 치열한 증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미ㆍ중과 동아시아 국가들이 저마다 중첩되는 관계를 경쟁적으로 맺음으로써 정세 안정과 국익을 추구한다는 분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만 열린 자세로 볼 게 아니다. 중국도 넓고 긴 안목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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