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전에 예상을 뛰어넘는 요인들이 나타나면서 대선주자들간 우열구도가 요동을 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에서 단연 앞서 나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정치자금 모금 액수나 여론 지지도 등에서 당내 2위 그룹을 형성한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의 맹추격을 받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힐러리 의원은 이들의 협공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의 경우, 여론조사 지지도에서는 3위 이하로 뒤처지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정치자금 모금에서는 당내 존 매케인 상원의원,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제치고 선두로 나서 파란을 일으켰다. 미 대선전에서는 정치자금 모금력이 당내 예선 뿐만 아니라 본선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힐러리 의원은 올해 1~3월 사이에 2,600만 달러라는 ‘기록적’정치자금을 거둬 들이면서 기세를 올리는 듯 했다. 그러나 오바마 의원이 불과 100만 달러 차이로 2,500만 달러를 모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힐러리 의원 진영의 표정은 여유에서 긴장으로 바뀌었다. 여론조사 지지도에서도 힐러리 의원에게 조짐이 나타났다.
CNN 방송 등이 3월27일에서 4월3일 사이에 뉴햄프셔주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의원은 비록 선두를 유지했으나 전달에 비해 무려 8%포인트나 빠진 27%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지지도와 관련해서는 전달 16%에서 21%로 껑충 뛰어오르며 오바마 의원(20%)을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2위로 올라선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의 약진이 주목된다. 에드워즈 전 의원은 부인 엘리자베스의 암 재발에도 불구, 대선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으나 결과는 전화위복으로 나타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힐러리 의원이 정치자금 모금에서는 오바마 의원의, 지지도에서는 에드워즈 전 의원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형국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적극적 반대층이 많아 본선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는 힐러리 의원의 최대 약점이 다시 부각될 수도 있다.
공화당의 초기 레이스에서는 롬니 전 주지사의 선전에 단연 눈길이 간다. 기독교 사회인 미국에서 비주류인 몰몬교도라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롬니 전 주지사가 1분기 동안 2,300만 달러를 모아 정치자금 모금에서 당내 선두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여전히 수위를 다투고 있는 매케인 상원의원(1,250만 달러), 줄리아니 전 시장(1,500만 달러)을 자금 모금력에서는 가볍게 따돌린 것이다.
여기에다 롬니 전 지사로서는 뉴햄프셔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CNN 여론조사 결과, 17%를 얻어 매케인 의원(29%), 줄리아니 전 시장(29%)에 크게 뒤쳐져 있지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선 고무적이다. 참신함을 앞세운 롬니 전 지사가 종교적 약점을 극복하고 초반 기세를 이어갈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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