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지난 2일 타결된 자유무역협정(FTA)협상에서 FTA 원칙에 위배되는 미국의 주(州)정부법과 한국의 자치단체 조례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이른바 ‘포괄유보’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우리기업이 미국시장에 진출할 때 FTA 원칙에 배치되는 미국 주정부의 법 때문에 예기치 않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외교통상부와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한ㆍ미 양국은 중앙정부 관련법과 지방정부의 조례,연방정부와 주정부 법규의 불일치를 다루는 ‘지방정부 서비스분야 비합치’ 문제 협상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포괄유보란 FTA 원칙에 위배되는 특정 조례를 개별적으로 열거해 지정하지 않고 주정부 및 자치단체 법규(조례)를 모두 현행대로 인정해 개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부산 대전 경기 강원 충남 등이 현재 실시하고 있는 ‘학교급식 지원시 국내 농ㆍ수ㆍ축산물을 우선 사용한다’는 조례는 FTA에도 불구하고 현행대로 유지된다.
양국은 이와 함께 지방정부가 비합치 주정부법이나 조례에 대해 현행 규제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되 ‘현행 규제를 강화하거나 새로운 규제를 추가할 수는 없도록’(현행유보) 했다.
우리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지방정부의 비합치 조례를 모두 열거해 개방대상에서 빼고 나머지는 모두 개방하자는 ‘선별유보’를 요구했지만 미국측이 ‘지금까지 15개국과 FTA를 맺으면서 모두 포괄유보 방식을 채택했으며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해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포괄유보로 향후 FTA 발효 뒤 예기치 않았던 주정부법이 미국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미국은 51개주 가운데 10여 곳에서는 전문자격증을 취득해야만 현지에서 서비스업을 할 수 있다는 조항 등을 두고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주정부의 차별적 법률을 열거한 목록을 이번 지방정부 서비스분야 협정문의 부속서에 넣기로 했다”며 “구속력은 없지만 FTA와 배치되는 미국 주정부법에 대한 정보를 기업체들에게 사전에 제공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양국은 미국 주정부의 법령중 FTA 원칙에 위배되는 항목을 취합해 한국측에 제공하고, 한국 서비스업체가 이러한 주정부법 때문에 피해를 입거나 분쟁이 생길 경우 이를 국가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한 협의체도 구성키로 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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