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옷이 자동차 문에 끼여 숨지는 원시적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안전하게 내린 걸 확인한 뒤 출발해야 한다는 기본 상식과 원칙이 무시된 탓이다. 관련 법규도 부실해 안전 불감증에 따른 사고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오후 8시께 서울 관악구 봉천동 W아파트 앞길에서 윤모(11)군이 박모(46)씨가 몰던 태권도학원 승합차에서 내리다 차문에 옷이 끼어 80m를 끌려가다 도로에 머리를 부딪쳐 숨졌다. 경찰 조사결과 학원장 박씨는 윤군이 완전히 차량에서 내린 것을 확인하지 않은 채 운행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박씨에 대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19일 울산에서 피아노학원에 다녀오던 박모(8)양이 옷이 승합차 문에 끼어 20m를 끌려가다 숨졌다. 2월에도 경기 양주시에서 황모(8)군과 김모(7)양이 각각 합기도학원과 어린이집 승합차에서 내리다 참변을 당했다. ‘어린이 승ㆍ하차 시 어린이가 안전한 장소에 도착한 것을 확인한 후 차량을 출발시켜야 한다’는 주의 사항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윤군 사건을 비롯해 최근 일어난 학원차량 관련 어린이 교통사고는 모두 학원장 혼자서 운전하던 차량에서 발생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어린이 통학차량에는 운전자 이외에 반드시 1인 이상의 보호자를 두고, 이를 어기면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통학차량이라도 ‘통학용’으로 신고 하지 않고 운행할 경우 강제할 수단이 없다. 때문에 영세 학원 대부분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통학용으로 신고하지 않고 ‘나홀로 운전’을 감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학원차량은 교통 약자인 어린이가 대상인 만큼 관련 규정을 세분화해 실질적인 보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도 “현행 학원차량 조항은 시행 규칙으로만 돼 있다”며 “단순한 벌금 수준이 아니라 더 큰 불이익을 주도록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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