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강자의 이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강자의 이익

입력
2007.04.04 23:35
0 0

소크라테스는 트라시마코스와 정의란 무엇인가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트라시마코스는 정의란 강자의 이익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소크라테스는 각자에게 합당한 것을 주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나는 소크라테스의 주장을 편들고 싶다.

그러나 세상은 트라시마코스의 주장을 더 옹호해주는 것 같아 보이니, 이것은 나의 비관론 때문일까 아니면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일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마침내 타결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거센 반대와 저항을 하였지만 별 소용이 없다. 그들은 앞으로 비준 반대 운동과 정권 퇴진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한다. 아마 별 소용 없을 것이다.

● FTA 체결은 강자의 지배 때문

세상을 강자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의 강자는 누구일까? 나는 대기업이라고 본다.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세상을 살찌우는 길이다. 기업 이익의 극대화가 세상의 문화와 정치와 사회의 목적이다. 이에 저항하는 사람은 세상을 모르는 철부지거나 반대밖에 모르는 얼간이다.

노무현 후보가 서민 대중과 젊은 층을 대변하겠다고 선풍을 일으키며 집권한 것은 일종의 사기행각임이 판명되었다. 그는 신자유주의 경제사회 노선을 채택하여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미국 중심의 세계화를 앞장서서 받아들이고 자유무역협정을 선도하였다.

그런 그가 한나라당이나 조선일보에게 좌파라고 공격 받은 것은 그가 정치적으로 서툴렀기 때문이었다. 사회경제 정책으로 보면 그는 오히려 강자의 이익을 추종하는 우파이다. 다만 명시적으로는 늦게 합류했을 뿐이다.

한국이 미국과 자유무역을 하여 얼마나 경제적 이익을 볼지, 아니면 손해를 볼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그것이 한국의 강자에게 이익이고 약자에게 손해일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숫자로 따질 수 없는 정신과 문화의 영역에서는 한국 전체가 손해일 것이다.

미국 문화가 지금보다 더 물밀듯이 들어오면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이 지금보다 더 희미해질 것은 당연하다. 이런 중대한 결과에 대해 사람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그것이 쌀이나 소 뼈 조각과는 달리 직접 이해당사자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무역협정이 가져올 정신적 변화에 대해 그만큼 무관심한 것은 우리의 문화 수준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강자의 이익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의 강자는 미국의 강자와 되도록 비슷해지는 것이 이익이다. 돈을 놓고는 서로 경쟁하지만 심리적, 문화적으로 그들은 하나다. 그래서 그들은 이름을 점점 더 영어로 짓고 심지어 한국어를 없애고 영어만 쓰기를 원하기도 한다. 이런 말을 하는 나는 세계화 시대의 주변인으로, 먹물 약자의 표상이다.

● 한국 강자는 미국 비슷하면 이익

한미 협상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노력한 협상단 여러분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미안한 말이지만, 미국을 '정신적으로' 극복하면서까지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주기를 그들에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노 대통령이 자유무역협정을 선도한 것이나 그들이 미국 협상단과 협상한 것이나, 세계의 패자 미국의 힘에 편입되거나 편승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었으니, 애당초 미국을 심리적으로 극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에게는 농민의 피눈물이나 나처럼 한가로운 사람의 정신 문화 운운은 거쳐 지나가야 할 통과의례일 뿐이고, "참 안 되었지만 국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네요!" 한 마디로 사라져야 할 약자들의 불평이고 소란일 뿐이다.

한국 역사에서 강자는 언제나 바깥의 강자와 연합하여 약자인 민중의 저항을 억눌렀다. 이번 일도 그 역사의 연장일 뿐이다. 그러나 한국의 약자여, 언젠가 한 번은 다른 길도 걸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약자도 대우 받는 시대는 정녕 오지 않을 것인가?

김영명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