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시장인 미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타결은 우리 기업들에게는 엄청난 기회이자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 기업들도 연간 GDP(국내총생산) 13조 달러에 달하는 거대 시장에 대한 무제한의 접근권을 갖게 됐다.
반면 미국 기업들도 국내 시장에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어 글로벌 경쟁력이 없으면 더 이상 세계경제의 강자들이 참여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생존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수출과 투자환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사업기회를 극대화하고, 위협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생존 및 발전 전략을 새로 짜지 않으면 안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업종별, 기업별 맞춤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박사는 “국내 기업들이 FTA의 과실을 제대로 따먹으려면 미국의 시장, 그 속에서 소비자, 생산자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저가품은 중국이 휩쓸고 있는 만큼 고가 프리미엄 제품, 다품종 소량생산 제품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 선전중인 대기업들은 제품군의 다양화를 통해 공세적ㆍ차별적으로 접근, 위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FTA가 안겨주는 경쟁우위 효과와 함께 국가이미지 향상 등 손에 잡히지는 않는 긍정적인 효과를 이번 기회에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정택 KDI 원장은 “주요 경쟁국인 일본 중국 독일 영국 가운데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FTA 타결을 성장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품목별로는 자동차가 관세 철폐 시 미국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대형에서 소형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라인업을 구축하고, 새롭게 열리는 픽업 트럭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업체와의 전략적 기술 제휴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판매 모델을 다양화해 현재 4.5% 수준인 점유율을 1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자ㆍ정보기술(IT) 업계도 직접적인 관세혜택은 거의 없지만, 디자인과 기능이 혁신적인 신제품 라인업을 늘려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자동차 전자 관련 중소 부품 업체들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국내 대기업 뿐 아니라 미국기업에 직수출 하는 길이 열릴 전망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등 모기업을 따라 미국에 공장을 세우지 않고도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자부품업체도 그 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협력사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미국의 월풀이나 GE 등으로 납품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전자산업진흥회 관계자는 “미국 업체들의 대규모 발주에 대응하려면 부품 업체들도 상호 협력이나 설비통합을 통해 덩치를 키워 공동으로 납품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하는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의료 기기 분야에서는 치열한 방어전략이 필요하다.
복제약 위주였던 국내 제약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해진 만큼 미국 제약업계의 메이저 업체들과 공동 협력이나 기술이전, 제3국 공동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또 연구개발(R&D) 강화와 국내 제약사끼리 인수 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박현수 수석 연구원은 “미국에서 다른 경쟁국에 비해 가격우위를 가질 수 있는 기간은 FTA 발효 후 2~3년 정도로 추정된다”며 “이 기간내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통해 미국내 기반을 구축하는 동시에, 국내에서는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이뤄내는 일석이조의 호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