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 수감 중인 태국의 여성 죄수 복서가 꿈에 그리던 세계챔피언에 등극하면서 조만간 '자유'도 함께 찾게 됐다.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클롱프렘 교도소의 특설 링에서 3일 펼쳐진 세계복싱평의회(WBC) 여자 라이트 플라이급 세계 챔피언 결정전서 마약 밀매로 복역 중인 시리퐁 타위숙(24ㆍ사진)이 일본의 미야노 아야카(宮尾綾香ㆍ23)를 10라운드 판정승으로 누르고 왕좌에 올랐다.
'복싱 왕국' 태국에서 지금까지 수많은 복싱 챔피언들이 탄생했지만 시리퐁만큼 기구하고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세계 챔피언 벨트를 획득한 선수는 드물어 '인간 승리'로 대서특필되고 있다.
더욱이 영어의 몸인 시리퐁은 세계 챔피언으로서 방어전을 치르기 위해 앞으로 해외원정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승리는 그에게 바깥 공기를 호흡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게 돼 화제를 낳고 있다.
실제로 교정 당국은 타이틀 경기 전에 시리퐁에게 챔피언에 오를 경우 가석방을 약속했으며 그가 이기자 국위 선양의 공로를 인정해 서둘러 최대 2년 형기를 단축하는 특사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이날 시리퐁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 중요한 경기임을 의식해 초반부터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장기인 오른쪽 스트레이트를 미야노의 안면에 연달아 가격해 성공시키는 한편 어퍼컷으로 상대의 배를 공략했다. 동료 수감자와 초대 관중 500명의 일방적인 성원을 받은 시리퐁은 발군의 푸트웍으로 미야노를 코너에 모는 등 시종 경기를 압도한 끝에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태국 최빈곤 지역인 중부 롯부리 출신인 그는 일찍부터 마약에 빠졌으며 나중에는 밀매에도 손을 댔다가 2000년 체포돼 징역 10년형을 언도받았다. 파톰타니 여자교도소에 수감된 시리퐁은 재소자 갱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04년 도입된 복싱반에 들어가 처음 글로브를 꼈지만 운동 신경이 뛰어나 바로 두각을 나타내 세계 랭킹 상위에 올랐다.
타이틀 매치 전까지 전적은 18전 13승1무4패. 이중 2차례의 타이틀 도전 패배가 포함돼 있다. 특히 작년 5월 스트로급 챔피언인 일본의 기쿠치 나나코(菊地奈奈子)를 교도소로 불러 경기를 가졌지만 아깝게 판정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시리퐁은 패배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재도전을 선언하고 연습량을 두 배로 늘리는 한편 중량도 한 체급을 올리며 챔피언의 꿈을 불태웠다. 교도소측도 가설 링을 설치하고 노역을 감면해주는 것은 물론 다른 교도소의 선수들까지 데려와 스파링을 시켜주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심판이 새로운 챔피언으로 팔을 들어주는 순간 시리퐁은 감격에 겨워 잠시 말문이 막히기도 했지만 "정말 기분이 최고로 좋다. 오랫동안 복서로서 활동하고 싶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상대 선수가 만만치 않은 실력의 보유자여서 죽을 힘을 다해 싸웠다는 시리퐁은 석방되면 고향으로 내려가 조그만 식품점을 운영하며 선수활동도 병행하겠다고 출소 후의 포부를 밝혔다.
이정흔 스포츠한국기자 viva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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