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산이 많아 될까 싶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협상과정을 지켜보면서 잘 안되기를 가장 기대한 나라는 일본일 것이다.
일본의 한 유력인사는 '한미FTA가 타결되면 아시아권에서 미국과 무역 및 투자 교류를 가장 활발하게 해 나갈 나라는 한국일 것이고, 일본에서는 새로운 국면의 산업공동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이란 우려를 표명하기까지 했다.
일본의 시각에도 한미 FTA타결은 분명히 일본에 위협적일 정도로 한국국익을 크게 증진할 것으로 판명된 것이다. 정부에 있을 때 외국과의 통상협상에 많이 참가해 본 필자는 또 다른 시각에서 이번 한미 FTA협상을 평가하고자 한다.
70년대 미국으로부터 섬유쿼터를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자는 수직적인 갑과 을의 협상에서부터 시작된 한미 통상협상은 컬러TV 반덤핑협상, 지적소유권협상, 자동차협상, 쇠고기협상등을 해왔다. 시행착오도 많았고 미국에게 역이용 당하는 미숙함이나 병폐들이 적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런 점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일사불란한 팀워크다. 과거 협상에서 가끔 나타나던 적전분열이 있었단 이야기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적전분열은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정부대표단이 구성되면 국가대표라는 의식보다는 자기소속 부처대표라는 의식이 더 강해 암암리에 미측에 속내를 드러내고, 또 미측은 이를 활용하여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때도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 협상을 할 경우에는 미측 대표가 사전에 각 부처를 개별 방문하면서 입장을 모두 파악하여 협상장에 나오는 상황도 벌어졌었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는 개방을 당하는 부처도 내부적으로 입장을 조율할 때에는 강력한 주장을 했겠지만, 협상테이블에서는 전체 국익과 연결한 횡적형평유지에 최선을 다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둘째 협상대표 간 신뢰다. 특히 수석대표 간의 인간적 신뢰는 협상의 효율과 속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성패를 좌우하는 데 결정적이다. 과거 협상대표 간의 '말꼬리 잡기', '억압적이고 경직적 태도' 등으로 신뢰를 해치고 판이 깨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번 협상의 양측 대표는 끝까지 국익을 지키는 고수였고 그러한 고수끼리의 신뢰는 많은 것을 해결했으리라고 믿는다. 섬유, 농산물분야 협상에 임한 대표들도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여 미측이 힘겨운 상대로 느끼게 한 것도 그만큼 우리의 협상역량이 축적되었음을 증명한다.
셋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견고한 지휘와 효율적 지원체계를 통한 협상단의 안정성이다. 과거에 왕왕 있었던 '애매모호한 훈령', '뒷북치기 훈령' 또는 협상대표의 자율성과 융통성을 앗아가는 '시시콜콜 간섭' 같은 것이 없었고, 1년 여 협상기간 중에 한번도 변치 않았던 국가원수의 확고한 의지, 또 이에 바탕을 두고 협상 막바지에 분초에 쫓기는 상황에서도 협상단에 정확한 메시지를 전했다.
건국 이래 가장 큰 현안이었던 이번 협상은 과거의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반성을 통해 최고의 완성도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앞으로 어떠한 대외협상도 잘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의 획득은 또 하나의 큰 소득이다. 각양각색의 평가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를 담아서 대한민국호가 새로 헤쳐나갈 큰 방향으로 융합할 예지를 모을 때다.
조환익 법무법인 율촌 고문ㆍ전 산업자원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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