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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칵테일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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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칵테일 파티

입력
2007.04.0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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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로 온 나라가 소란스럽다. 전반적으로 괜찮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감은 일단 드는데 이것이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얼마의 손익을 가져다 줄 것인지 각계 각층의 목소리가 분분하다.

모든 정파간에, 농민지역과 산업지역 간에, 공급자와 소비자 간에, 심지어 약사와 의사, 고구마 농가와 도다리 어부 사이에서도 논쟁이 치열하다. 남의 말이나 형편에 귀 기울일 여유도 조예도 없다. 모두가 다른 주제로 떠들어 대는 불 난 호떡집 모습이며, 중구난방 삼삼오오 끼리끼리 목청을 높이는 칵테일파티장 분위기다.

■칵테일파티라는 것이 그렇다. 많은 사람이 한 방에서 떠들다 보니 실내의 전체 음량이 차차 증가하게 되고, 음향 간섭으로 대화의 청취가 점점 어렵게 되어 계속 목소리가 높아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칵테일파티 증후군(syndrome)이다. 반대로 나이트클럽이나 운동경기장 같이 군중이 모인 시끄러운 곳에서도 사람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나 듣고 싶은 말은 본능적으로 귀에 들어올 수 있게끔 되어 있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 않더라고 얼굴을 돌리고 필요한 대화를 꾸려나간다. 이러한 선택적 지각 능력을 칵테일파티 효과(effect)라고 한다.

■마젤란 펀드를 운영하는 미국 주식투자의 귀재로 <월가의 영웅> 저자인 피터 린치(Peter Lynch)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칵테일파티 이론(theory)을 정립했다.

10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학비를 벌기 위해 골프장 캐디를 하던 그는 수많은 골퍼들이 자기들끼리 별의별 이야기를 다 떠들지만, 자신의 귀에는 오직 돈과 관련된 이야기만 들어왔다고 했다.

그 돈으로 보스턴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한 뒤 각종 칵테일파티에 참석하게 됐는데, 이번엔 주위가 아무리 소란해도 주식이라는 단어는 수 m 밖에서도 충분히 잡아낼 수 있었다고 했다.

■ 미국 칵테일파티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는 주식과 충치다. 펀드매니저나 치과의사 주변엔 항상 손님이 모이고, 파티장 곳곳엔 그러한 소그룹들이 숱하게 형성된다.

피터 린치는 펀드매니저와 치과의사 사이를 이동하는 사람들의 행태, 여러 소그룹을 이끄는 각각의 펀드매니저와 치과의사가 서로의 손님을 합종연횡으로 모으고 흐트리는 과정을 관찰하여 투자 경기와 주가의 이론의 확립했다.

한미FTA와 관련하여 분석과 전망이 백가쟁명으로 번지고 있다. 파티는 막 시작됐을 뿐이다. 귀를 쫑긋 세우고 파티가 무르익을 때를 차분히 기다리는 것이 정답이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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